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7일 여야는 내부 표단속에 주력하면서 치열한 3각 공방을 벌였다. 서로 상대방의 표결 전략을 곁눈질하며 애드벌룬을 띄우는 신경전도 만만찮았다.■한나라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자민련과 민주당이 장난 부리면 안 되고, 정상적으로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향후 일어나는 파행의 책임은 두당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탄핵안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또 한번권력의 핵심에 불나방처럼 날아가려는 게 아닌가”라며 “민주당과 자민련이 표결을 기피한다면 정당이기를 포기한 행동”이라고 미리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속내는 표결 파행을 최선으로 꼽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을 비난할 근거가 확보되는데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반란표를 원천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에 도저히 참석할 수 없는 와병 의원이 2명(김태호ㆍ손태인)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자민련 설득은 이미 포기한 상태”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민주당과 자민련이 합작해 표결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모양새가 우리로선 가장 나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당직자는 “표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상태에서 우리 당 의원 총수보다 단 한 표라도 찬성표가 적게 나오는 일이 생기지 말란 보장이 없다”고 실토했다.
■민주당
민주당은 탄핵안을 자동 폐기시키기 보다는 표결을 통해 부결시켜 한나라당에 확실한 ‘패배’를안겨 주기로 입장을 정했다. 본회의에 불참, 표결 시한경과로 탄핵안이 자동 폐기될 경우 한나라당에게 다시 탄핵안을 제출할 빌미를 줄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8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키로 했다.
원내행정실의 한 관계자는 “이탈표 없이 확실하게 부결시키는 방법은 자민련이 불참하고 민주당은 본회의에 참석하되 표결 시작 직후 집단 퇴장해 기권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불참할 가능성이 있고 민국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모두 탄핵에 반대하고 있어 표결에 참여해 부결시키는 정면 돌파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7일 오후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총무와 만나 전략을 조율했다.
■자민련
자민련 김학원 총무는 탄핵반대 당론을 거듭 확인하며 “이탈할 의원이 없으니 단속할 필요도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에선 “자민련내에 반발 표가 있을 지 모른다”며 못미더워 하는 기색이지만 오히려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남의 당 걱정은 말고 자기 당이나 잘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무는 “민주당이 우리를 못 믿겠다며 표결참석을 검토하는 모양”이라며“그러면 우리는 아예 불참하면 돼 편하지만 그 쪽(민주당) 사정이 복잡해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얼마 전까지 사분오열상을 보이던 자민련이 내부 결속을 자신하며 큰 소리치는 것은 위기감 때문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한나라당이 충청권 공략으로 ‘자민련 고사’의도를 분명히 하는 마당에 흩어지면 죽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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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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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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