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본선 조추첨을 앞두고 일본 언론들은 ‘월드컵의 일본 들러리론’을 제기했다.지난 대회 우승국 프랑스는 물론, 관광특수를 몰고 올 중국의 경기마저 한국에서 열기로 국제축구연맹(FIFA)측에 의해 미리 결정되자 “일본은 관광객 유치의 ‘빅카드’를 모두 넘겨줘 들러리만 서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표시였다.
그러나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한 한일간의 관광객 유치전이 통역ㆍ안내 등 인적자원과 관광자원, 경기장 운영 등 경기 외적인 면에서 준비가 부족해 자칫하면 한국이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역ㆍ안내 요원 확보. 10개 월드컵 개최도시가 준비한 통역요원은 총 4,303명이지만 대부분 영어 일어 중국어 통역이다. 한국에서 예선전을 치르는 국가 중 터키, 슬로베니아, 덴마크어 통역요원은 아직 한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 형편이 낫다는 서울의 경우 중국어 300명, 프랑스어 200명, 독어 100명, 스페인어 200명, 러시아어 50명, 포르투갈어 50명 등 모두 900여명이 부족하다는 게 서울시 자체 진단이다.
3만~4만명의 중국인이 몰려올 서귀포ㆍ광주에는 중국어 통역요원은 각각 13명과 11명뿐이고, 브라질과 포르투갈 등 포르투갈어 사용국이 예선을 치르는 수원에서는 확보된 포르투갈어 통역요원이 전무하다.
관광객 유치를 걱정해야 하는 경기장도 있다. 수원과 인천 등 일부 지자체는 참가 국가들에 관광객 유치단을 파견하는 등 관광객 유치작전에 나설 계획이지만 코스타리카와 슬로베니아 세네갈 등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이 텅 비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세네갈-우르과이전이 열리는 수원이나 터키-코스타리카전이 예정된 인천의 월드컵 준비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월드컵 특수는커녕 운영비도 뽑지 못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월드컵을 겨냥한 이색적인 관광상품은 스페인 파라과이 폴란드 포르투갈 등 가톨릭문화권 국가들이 예선전을 치르는 전주시가 개발한 천주교 성지인 치명자산과 익산 천호성지 정도다. 또 예선 참가국 응원단을 위한 메뉴개발이나 식당 확보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훌리건의 난동 가능성이 높은 일부 경기장의 안전 수준도 아직 기대이하다. 다혈질의 응원단을 몰고 다니는 브라질과 우르과이 경기가 열릴 울산문수구장은 FIFA의 안전 시설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훌리건의 충돌로 수십명이 사망한 바 있는 남아공과 테러위험이 높은 미국이 예선전을 치르게 되는 대전, 대구도 안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 지자체는 조추첨 결과에 따라 몰려올 외국인 관광객에 대비하고, 모자라는 관광객을 끌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6개월여를 앞둔 성적표로는 ‘낙제점’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끝-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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