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경찰의 수지 김 살해사건 내사중단 의혹과 관련, 이무영(李茂永) 당시 경찰청장의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굳힌 것은 결국 이 사건이 ‘국가정보원과 경찰 고위층의 합작품’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에 따라 국정원은 ‘추악한 과거’를 두번이나 은폐하려 했으며 경찰은 외부의 압력에 굴복해 스스로 수사권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경찰은 지난해 2월 윤태식(尹泰植)씨가 부인 수지 김(본명 김옥분ㆍ金玉分)을 살해한 진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사에 착수, 홍콩 경찰에 당시 수사자료 등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의 이런 움직임은 홍콩 주재 국정원 직원에게 포착돼 곧바로 국내로 전해졌다.
‘두번째 은폐’의 책임을 맡은 사람은 김승일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장. 그는 홍콩 주재원의 보고가 접수된 뒤 경찰의 내사를 중단시키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자 그 해 2월15일 직접 이 전 청장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전 국장은 “이 전 청장에게 사건의 내막을 설명한 뒤 참고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반면 이 전 청장은 “당시 바빠서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돌려보냈으며 이후 ‘대공사건이라 수사권을 넘겼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이 전 청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결국 당시 그가 김 전 국장의 사건은폐 요청에 따라 경찰 내사를 중단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두 사람 등 관련자들은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등 혐의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특히 김 전 국장은 명백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구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전 청장의 경우 주범으로 보기 어려운데다가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어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검찰은 ▲김 전 국장만 구속 ▲2명 모두 구속 ▲2명 모두 불구속등 세가지 방안을 놓고 막판 논의를 벌이고 이다.
이밖에 사건은폐를 공모한 김 모 전 국정원 대공수사1단장은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나,이 전청장의 지시에 따라 내사를 중단한 김병준 경찰청 외사관리관 등 경찰 관계자들은 '사건내용 인지'여부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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