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강남구 청담동 재즈 클럽 야누스에서 있었던 국내 최초의 재즈 레이블 레브의 출범식. 임희숙은 레브의 첫 음반으로 발매된 자신의 35주년 기념 음반에 수록된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 ‘As Times Go By’를 재즈 스타일로 불렀다. “언젠가 사하라 사막을 찾았을 때 정말 부르고 싶었던 노래”라는 설명과 함께.미간에 굵은 주름을 만들어가며 음에서 음으로 이어지는 재즈 멜로디를 토해내는 그의 모습은 지난 35년 동안 그가 줄곧 고집했던 재즈에 대한 사랑과 갈증을 표현해내기에 충분했다. 고단한 삶을 위한 열정의 음악이라는 재즈.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67년 워커힐 무대로 데뷔한 임희숙에게도 재즈는 힘들 때 제일 부르고 싶은 노래이자, 가슴 속에 잠자고 있는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노래였다.
자신의 가수 인생 35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을 재즈곡들로 채운 것도 그 때문이다. 음반에는 ‘As Times Go By’ 외에 ‘Misty’ ‘Angel Eyes’ ‘Gloomy Sunday’ ‘My Funny Valentine’ ‘Smoke Gets in Your Eyes’ ‘Stardust’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재즈곡과 재즈 스타일로 다시 부른 그의 대표곡 ‘진정 난 몰랐네’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잊혀진 여인’ 등 10곡이 실려있다.
대중들에게 재즈를 좀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고 싶은 마음에서 고른 노래들이다. 수록곡 선정은 물론 임희숙의 노래 혹은 그가 좋아하는 재즈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매만져진 흔적이 음반 곳곳에 묻어난다.
그 덕에 임희숙의 35주년 기념음반은 일주일 만에 초판 1만장이 매진되고 한달 사이에 3판까지 찍었다. 요즘 같은 불황에 소비자 층이 넓지 않은 재즈 음반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이다.
구매자 중 임희숙을 잘 모를 것 같은 20대 중반이 많다는 것도 이 음반을 새로운 전기로 삼으려는 임희숙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90년대 초반 반짝하고 사라진 재즈 열풍을 한국적 재즈로 다시 살려내겠다”는 레브의 송문상 사장의 다짐이 다짐만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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