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위스키 소비량은 세계 최상위급에 속한다. 영국 언론은 얼마 전 올 상반기 한국의 영국산 위스키 수입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한국인들의 위스키 선호는 한국 소비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신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이 위스키이고, 또 세관에서 가장 많이 압수되는 물품 중의 하나도 역시 위스키다.
■ 마침내 세계적인 위스키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발렌타인 마스터스’가 그것이다. 회사측은 “신 제품을 한국에서 출시한 것 자체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국 위스키 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렌타인은 전통적으로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해 세계로 진출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1년여 동안 연구 개발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 그 동안의 각종 통계를 보면 발렌타인측의 기막힌 상술(商術)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문을 연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술이 발렌타인 17년이고 그 다음이 30년과 21년 짜리다. 1~3위를 모두 싹쓸이한 것이다.
또 최근 ‘스카이블루’라는 위스키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자 이 제품이 발렌타인의 병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 상품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내놓을만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 한국 애주가들은 이를 보고 ‘세계적인 브랜드가 드디어 우리를 인정하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어깨가 으쓱해 질 것인가. 아니면 ‘뭔가 이것은 아닌 것 같은데’라면서 반대로 움츠릴 것인가.
조사를 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신할 수가 없다. 가장 먼저 그리고 빠르게 세계화하는 것은 주당들의 혀라는 점을 외국의 고수(高手)들이 놓칠 리가 없다.
여기에 과소비 모방소비가 심한 사회이니 고급 양주 소비 증가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세계 최초’를 워낙 좋아하는 국민이지만, 이번 것은 어쩐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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