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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두 농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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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두 농가 이야기

입력
200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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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5일 쌀 추곡수매가를 동결하는 대신 수매량은 4.7%를 낮추겠다고 했다. 농민들이 쌀가마를 불태우는 시위끝에 얻어낸 결론이다.전면 쌀개방을 불과 2년여 앞둔 지금 시점에서 국제시세보다 턱없이 높은 쌀값을 보전해주는 추곡수매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그다지 반가워하는 눈치가 아니다.

그 며칠 서울에 올라와서 시위를 했다는 농민 한 사람과 대화를 했다. “언제까지 추곡수매가에 기대서 살겠다는 것인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공산품 수출로 돈을 버니 그 것을 농민을 위해 쓰면 되는 것 아닌가.” 다른 산업에서 버는 돈을 농민들한테 달라고 할 정도로 지금 농민들의 정신은 피폐해 있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농가 가구당 소득은 2,307만원. 그 중 농업소득이 1,089만원이다. 농업소득은 매년 3% 내외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절반 정도가 재료비(종자, 비료, 농기구대와 인건비)이니 실질 소득은 절반 정도라고 농민들은 말한다.

그런데 농업소득의 52% 정도가 쌀농사에서 나온다. 그러니 농민들로서는 추곡수매가를 포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원재료를 팔아서는 절대로 잘 살 수가 없다. 포도 1만5,000원어치만 사면 9,000원짜리 포도즙을 세 병은 만들 수 있다.

결국 농촌이 사는 길은 원재료를 판매하는 농업소득에서 가공식품을 파는 농업외소득으로 전환하는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규가 농민들이 농가공생산업자가 되게 해주질 않는다.

첫번째 농가는 경북 울진 지역에 있다. 이곳의 농가 다섯 군데는 함께 모여서 된장을 만들어 팔기로 마음 먹었다. 된장은 콩을 삶아서 약간의 소금만 있으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식품위생법상 식품 제조업을 하려면 공장과 오폐수처리시설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저런 시설을 규정에 맞게 하려면 돈이 5,000만원이나 든다고 했다. 아무런 오폐수가 나올 턱이 없는 된장제조업에 오폐수 처리시설을 강요하는 법이 미울 뿐이다.

두번째 농가는 전남 해남에 있다. 95년 빈손으로 해남읍 대사리에 들어와 지금은 논 1,200평에 밭 3,000평을 지닌 어엿한 농민으로 자리잡은 김성래(35)씨는 5년전부터 무농약 ‘야채효소’를 만들어 한살림 회원을 중심으로 팔고 있다.

작년에는 군으로부터 ‘다류’ 제조업 허가도 받았다. 물론 김씨라고 식품위생법상 시설 규정의 적용을 안 받았을리 없다. 공장시설은 절대농지에 40평정도짜리를 지었다. 규정대로라면 농공단지에 자리잡아야 하지만 그러면 농민들이 절대로 가공업을 할 수 없다는 김씨의 ‘억지’를 지방공무원이 받아들였다.

‘절단기’ 규정은 칼과 도마를 인정해주었다. ‘세척기’는 고무 양푼이를 인정해주었다. 대신 위생요원 규정은 김씨가 국립환경보건연구원에서 6개월에 6만원을 내고 정기검사를 받는 것으로 대체했다.

중소기업진흥청에 가니 무료로 용기와 포장을 디자인해 주었다. 김씨는 ‘두류산 산야초’를 지난해만도 1,000만원어치 이상 팔았다. 세금 꼬박꼬박 내니 군청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농민이 살려면 시설 규정을 우선하는 식품위생법이 농민들 실정에 맞게 바뀌어야한다. 누구나 농가공품을 만들어내고 그 안전성은 정부에서 검사해서 소비자에게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다.

서화숙 여론독자부장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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