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모여 조추첨 중계를 본 한국축구팬들이 포르투갈에 ‘울고’ 미국에 ‘웃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큰 오산이다. 미국이 축구의 나라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만만한 상대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가 않다.미국은 축구에 관한 한 1990년대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94년 미국월드컵이 성장드라이브를 가능하게 한 배경이었다. 미국은 4회 연속 본선진출국이며 이미 스타일이 유럽화한 강팀이다. 미국과의 상대전적에서 한국은 4승2무1패로 우세하지만 90년대 전적에서는 미국이 1승1무로 오히려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한국이 43위인데 비해 미국은 20위로 우리보다한 수 위이다.
미국은 비교적 수비가 두텁고 역습이 대단히 빠르다. 지역예선에서 5골로 팀내 최다득점력을 과시한 어니 스튜어트(32ㆍ네덜란드 브레다 NAC)와 조 맥스(31ㆍ잉글랜드 에버튼)이 경계대상이다. 역습을 주도하는 단신 미드필더코비 존스(31ㆍLA 갤럭시)는 놀라운 스피드와 순간 집중력을 앞세워 공격의 물꼬를 튼다. 골키퍼 브래드 프리델(30ㆍ잉글랜드 블랙번)도 그물망수비로 정평이 나 있다.
선수층이 두터워 주전과 벤치멤버의 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강점이다. 4_4_2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하지만 3_5_2로도 변화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예선 11경기에서 10골밖에 넣지 못해 득점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원정경기에서 약점을 드러내 5승 가운데 원정에서 거둔 승리는 단 1승뿐이었다. 이미 월드컵 무대에 서본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10명 이상인 점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후반 체력부담을 야기할수도 있다.
아레나 브루스 감독은 굉장한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경기를 승패보다는 한국전력 탐색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미국은 전력노출을 꺼려 베스트를 출전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홈팬을 위해 승리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우리보다 느긋한 입장에서 전력탐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이 비교적 약체로 꼽히던 미국과 비기면서 8강 진출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의외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을 반드시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역습이 강점인 미국은 이를 역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앙 수비라인이 힘이 있고 강한 편이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의 주공격루트인 측면돌파를 적극 활용해야한다.
미국과 한국은 서로를 바라보는 입장이 같다. 바로 상대를 제물로 2라운드(16강)진출을 노린다는 사실이다. 미국 USA투데이지는 3일자에서 “미국이 본선진출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한국과 붙게돼 안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도 미국전 승리 없이 16강행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내년 6월10일 대구. 폴란드전을 이미 치른 한국으로서는 이날 경기가 16강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미국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절실한 것은 이때문이다.
전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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