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4개 정파가 4일 탈레반 붕괴 이후 과도정부 구성안에 합의, 전쟁과 내란에 휩싸여온 아프간에 평화 구축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임시 체제(interim authority)의 각료 인선 문제가 남아 있지만 각 정파가 권력 분점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룸으로써 아프간에 새 정치 체제를 실험하기 위한 발판을 다진 셈이다.
아흐마드 파우지 유엔 대변인은 4개 정파가 이날 새벽 독일 본에서 열린 회의에서 6개월간 아프간 질서를 유지할 임시 내각 성격의 29인 임시 체제에 이어 총선 때까지 18개월간 존속하는 임시정부(transitional government)를 구성하자는 유엔 중재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임시 체제는 총리와 5명의 부총리, 23명의 장관으로 구성된다.
각 정파는 또 아프간 수도 카불을 비무장 지역으로 설정해 국제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향후 아프간 전사들로 정규군을 창설하는 데도 합의, 치안 유지와 내전 방지를 위한 안전판을 마련했다.
중재안은 특히 자히르 샤 전 국왕(87)에게 6개월 후 과도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로야 지르가(대부족 회의)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 상징적 역할을 부여했다. 이밖에 ▦대법원 설치 ▦단일통화 사용 ▦로야 지르가 소집을 위한 21인 특위 구성 등에도 합의가 이뤄졌다.
정부 구성안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지만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임시 내각의 자리를 정하는 문제를 두고 각 정파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 AFP 통신은 북부 동맹측이 총리로 현재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공략에 나서고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사령관을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아프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 출신인 데다 구 소련과의 전쟁에 참전한 경력 등으로 이상적인 후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카르자이가 샤 전 국왕파가 추천한 우즈벡 출신의 압둘 사타르 시타르를 누르고 총리에 지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대 요직’을 누가 차지할 지도 관심사다. 북부 동맹 관계자는 ‘타지크계 3인방’인 유니스 카누니, 압둘라 압둘라, 모하마드 파힘 사령관이 내무, 외무, 국방부 장관 후보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4개 정파는 이날 밤 다시 회의를 열어 각료 인선을 위한 절충에 들어갔지만 소수민족의 연합인 북부동맹이 임시 내각 수반과 요직을 독차지하려는 데 대한 다른 정파의 반발이 심해 합의 도출에 진통이 예상된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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