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이틀 연속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하며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최근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크게 약해졌고 국내 기관들도 환매 영향으로 매수 여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개인들이 10조원에 달하는 고객예탁금을 바탕으로매수주체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 심리 회복에 따른 본격적인 유동성 장의 시작이라는 해석과 ‘꼭지 신호’라는 상반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개인 어제 565억 순매수
4일 미 엔론의 파산 신청과 중동지역 긴장고조에 따라 약세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외국인이 순매도 규모를 늘리고 기관이 프로그램 매도를 쏟아내며 한때 640선이 위협받을 정도로 밀렸다. 그러나 개인 매수세가 활발하게 유입되며지수는 한때 플러스로 반전됐고 외국인도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수는 이후 급등락이 거듭되다 결국 0.76포인트(0.12%) 하락한649.90으로 마감됐다. 개인들이 561억원을 순매수한 덕분에 지수가 약보합에 끝난 것이다.
이에 앞서 3일에는 개인들이 10월 이후 최대 규모인 1,103억원을 순매수하며지수를 장 막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반전시켰다.
■하이닉스 해결로 관심 촉발
개인들의 순매수를 촉발시킨 것은 다름아닌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전략적 제휴 소식. 거래소 거래량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개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하이닉스가 사실상 회생의 길에 접어듦에 따라 시장의 전반적인투자 심리를 크게 호전시켰다는 설명이다.
특히 하이닉스 주가의 급등은 절대 저가주 및 구조조정 관련 종목들에 대한시장의 관심을 불렀다. 실제로 이날 급등한 아시아나항공, 조흥은행, 외환은행, 현대상선, 현대상사 등은 대부분 액면가 미만 종목들이거나 절대 저가주들이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의 매수 여력이 크지 않은 반면 10조원에 육박하고있는 고객예탁금의 규모도 개인들의 순매수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기에 충분한 실탄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수 상승이 부담스러운 조정기에개인들의 순매수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박재훈 차장은 “개인들의 순매수는 펀더멘털의 개선없이는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논리를 시장이 반박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개인들의 순매수가 외국인과 기관들을 초조하게 만들면서 조정을 앞당겨 추가 상승랠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도 “지금까지 외국인만의 반쪽짜리 유동성 장에서 이제 개인들도 동참하는 본격적인유동성 장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순매수는 꼭지 신호?
그러나 “개인들의 순매수는 지수가 꼭지점에 달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는반론도 없지 않다. 실제로 올해 개인들이 대규모 순매수를 보인 2월말과 6월 중순 등은 각각 1월과 4월 랠리의 마지막 분출기였다. 이후 지수는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개인들은 하나의 추세로 설명하기 힘든데다 언제나 뒷북을 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말했다.
■대규모공모도 변수
이달 예정된 대규모 공모와 유ㆍ무상증자가 개미군단의 응집력에 어떤 영향을미칠 지도 관심사다. 코스닥과 거래소시장에서 12월에 예정된 공모청약 기업은 무려 43개사로 공모금액은 약 3,000억~4,000억원대로 추정된다.이중 일반공모 물량이 적은 점을 감안해도 최근의 경쟁률이 최소 100대 1을 넘어, 많으면 수조원이 공모청약에 잠기게 된다.
이 달 유ㆍ무상증자도 11월의 8배인 약 7,400억원에 달한다. 공모와증자 물량의 증가는 기업들이 최근 주식시장 여건이 개선되는 것을 이용해 그동안 연기해온 계획들을 이번 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틀째 주식을 대거 순매수하며 주가하락을 방어해온 개인투자가들의자금력은 연말에 가까울수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최근 고객예탁금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시장밖에서 자금유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자금유입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자금의 증시유입 지표인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29일 10조510억원을기록하며 1개월간 8,000억원 이상 증가했으나 이를 정점으로 3일째 감소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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