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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수능성적 발표 "뭘보고 원서를…" 진학지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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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수능성적 발표 "뭘보고 원서를…" 진학지도 혼란

입력
2001.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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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정말로 65점이나 떨어졌어요.” “총점 분포를 알 수 없으니 도무지 내 위치가 어딘지 모르겠어요.”(수험생) “도대체 무슨 자료를갖고 원서를 써줘야 할 지, 안개 속에 파묻힌 심정입니다.”(진학담당 교사)3일 수능성적표를 받은 수험생, 학부모와 일선고교 교사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난이도 조정 대실패’가 현실로 나타난 데 이어, 작년까지 공개해 온 총점기준누가성적 분포표마저 공개되지 않자 교육당국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당초 평가원측은 수능 출제를 앞두고 상위 50% 집단의 평균점수를 77.5±2.5점 선에서 맞추도록 하겠다고 누차 공언했다.

‘물수능’이라는 따가운 비판을 들었던 작년의 난이도 조정 실패를 의식한 것. 하지만 올 수능에서 상위 50% 수험생의 평균점수는 원점수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66.8점, 전체 평균점수는 66.5점이나 폭락했다.

평가원이 예고했던 ‘16~37점 하락’의 범위를 2배정도 벗어난 셈이다.

평가원 관계자가 ‘수능 난이도 조정은 귀신도 맞추기 힘들다’고 강변할 정도로 난이도를 조정ㆍ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한 해(작년)는 27점 오르고 한 해(올해)는 66점씩이나 내리는 ‘널뛰기’ 난이도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 수능의상위 50%집단 평균점수는 400점 만점으로 전환된 1998학년도 이후 가장 낮게 나왔다.

평가원은 정작 수능성적 발표일인 3일 상위 50% 평균점수와 전체 수험생의 평균점수 등락폭을 공식자료로 내놓지 않아 난이도 조정 실패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수험생과 학부모, 진학담당 교사들은 평가원측이 총점기준 누가성적 분포표를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더욱 당혹해 하고 있다.

수험생 개개인의 성적이 도대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성동(金成東)평가원장은 “수능 9등급제 도입에 따라 총점분포는 제공하지 않기로 이미 고지했으며 각 대학들이 다양한 전형기준을 개발해 상세히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의 분위기는 냉소적이다.

전체 192개 대학 중에서 서울대와 고려대 등 영역별 점수를 반영하는 48개 대학을 제외한 148개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사실상 총점을 반영하는 상황에서, 총점 대비 누가분포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원칙론도 좋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를 골탕먹이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일선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은 “수능 성적이 대폭락한데다 대학별로 입시전형이 복잡해졌기 때문에 총점 누가성적 분포마저 공개되지 않으면 결국 사설 입시기관 의존도가 심화하게 될 것”이라고우려했다.

입시기관 관계자들도 “우리 조차도 정확한 지원기준을 선정하기가 난해하다”고 털어놓았다.

총점 누가성적 분포표 미공개는 전문대를 지원할 중하위권 수험생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모든 전문대가 전형요소로 학생부와 수능 원점수를 반영하므로 총점 분포상의 위치를 모를 경우 감에 의존한 진학지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성동 평가원장.박성익 채점위원장 일문일답

김성동(金成東)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3일 “이번 수능시험에서 결과적으로수험생들이 어려움을 느끼게 돼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난이도 조절의 실패를 인정했다.

김 원장은 이날 교육부 회의실에서 가진 수능성적 발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수능시험의 출제방식에 대해 “내년부터는 평가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심층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평가원장및 박성익(朴成益) 채점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이유는.

-(김 원장) “세부적인 분석을 해보지 않았다. 올해 난이도 조절이 어려웠던것은 재수생이 7만1,000명 감소한 데다, 1학기 수시합격자 7,000명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다. 더 과학적이고심층적인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총점기준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박 위원장) “수능시험에서 총점에 의한 학생선발 관행을 지양하고 학생의소질과 적성을 중시하는 전형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 당초 총점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준은 계속 유지돼야 할 것으로본다.”

-총점 분포를 공개하지 않아 수험생들이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박 위원장) “이미 총점 분포는 주지 않기로 고지했으며 각 대학이 다양한 전형 기준을 개발해 상세히 발표한 바 있다.”

-원점수의 등급구분점수라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 위원장) “당초 등급은 변환표준점수로 산출키로 결정했다.”

-내년 수능은 어떻게 낼 계획인가.

-(김 원장) “내년 수능은 교육부가 기본 계획을 수립하면 평가원이 이에 따른 세부계획을 수립해 내년 3월초 발표할 예정이다.”

-영역별 등급에서 비율이 약간 차이 나는 이유는.

-(김 원장) “동점자가 발생했을 경우 기본 채점방침에 맞춰 유리한 방향으로평가하기 위해 상위등급으로 평정해줬기 때문이다.”

-수능의 난이도 조절 실패 책임론이 제기되는데.

-(김 원장) “이미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사과했고 개선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빨리 보완해 안정적으로 출제하는 게 난이도 실패를 책임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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