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줄 모르는 국내 기름값의조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업계가 상대방에게 책임떠넘기기와 뒷북치기식 대응의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정부는 휘발유가격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세금 문제는 방치한 채 국내 기름값 인하를 위해 정유사의 목을 죄고 있고, 그동안 유가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던 정유사들은 정부 압력으로 뒤늦게 공급가를 내렸지만, 일선 주유소들은 복수폴에 따른 가격 자율결정을 주장하며 판매가 인하에 소극적이다.
게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외압으로 뒤늦게 기름값을 내린 정유업계는 채산성 악화에 당혹스러워 하면서 휘발유 관련 세금의 인하를 강력 요구, 정부ㆍ정유사ㆍ주유소간‘기름값 3각 논쟁’이 불붙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식 인하
소비자단체의 유가인하 요구에“더 내리면 손해 보는 장사”라며 버티던 정유사들은 지난달말 산업자원부의 요청에 따라 일제히 유가를 추가 인하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의 주유소 공급가격(도매가)은 1ℓ당 1,135원~1,140원대로 내렸지만 일선 주유소들의 판매가는 여전히 1,244원~1,264원에 머물고 있다.
SK㈜, LG칼텍스정유, 에쓰오일,현대정유 등 정유4사는 올들어 국제유가 변동 때마다 적정가격 조정은 물론 인상요인 자체흡수 등을 했는데도 최근 폭리의 주범인 된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올 1월대비 11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3.4달러(14%)하락하고 환율은 달러당 100원(8%)상승해 1ℓ당 약 20원의 인하요인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가격은 40원가량 내렸다”며 “문제는 정유사의 가격조정이 아니라 복수 상표표시(폴사인)제 실시로 자체 가격 결정권이커진 일선 주유소들의 폭리와 가격 담합, 그리고 과도한 세금”이라고지적했다.
석유협회는 불합리한 가격조정으로 정유4사의 올 3ㆍ4분기 경영실적이 지난해 1,794억원 흑자에서2,146억원 적자로 반전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조세편의주의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휘발유세금체계는 손을 대지 않은 채 기름값이 42원 정도 더 내릴 여지가 있다며 여전히 정유사와 주유소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원유가격 및 환율 하락분을 국내 소비자 가격에 최대한 반영할 경우 휘발유의 적정 가격은 최근 주유소 소매 평균가보다 42원 낮은1ℓ당 1,202원로 나타났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으며 정유사가 주유소 관리를 통해 실질적인 소매값 인하를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관련 단체들은 실질적인 기름값 하락을 위해서는 정부가 휘발유에 붙는 특소세(교통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휘발유의 세금 비중이 소비자가격의 70.8%로 OECD 국가 중 4위를 차지한다”며 “과다한 세금 때문에 가격인하효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행 588원인 휘발유의 교통세를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 수준(414원)으로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유업계는 정부가 과도한 휘발유의 세금체계를 바꾸지 않는 것은 에너지소비 억제라는 명분으로 손쉽게 세수를 확보하려는 조세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주유소, 부익부 빈익빈
정부와 정유사들의 유가인하압박에 대해 주유소들은 기름 판매가는 개별 주유소의 지역별 경쟁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경영난에 시달리는 지방 주유소들은 석유 공급권을 쥔 정유사의 횡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외상거래의 경우 정유사가 여전히 높은 공장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있기 때문에 판매가를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올 9월 복수폴사인제실시로 폴사인 선택권을 보장받은 주유소가 정유사의 통제를 벗어나면서 서울과 신도시지역 대형 주유소들은 “그동안의 적자를 메우겠다”며 고유가를 고집하고있다.
지금까지 주유소들의 적정 마진은 90~100원이었으나 독립경영을 하는 강남지역 주유에서는 140원까지 이윤을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들은 주유소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복수폴사인제의 제도보완을 통해 실질적인 가격하락 효과가 나오게 하고,수도권 일부 주유소의 가격 담합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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