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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산 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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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산 밀어내기

입력
2001.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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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구세군 자선냄비, 송년회 모임, 바빠진 발걸음, 백화점 세일, 전등으로 장식된 가로수….연말 분위기를 말해주는 12월의 도시 현상에 추가되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파고 또 파는 도로공사다. 이맘 때면 어김없이 뒷골목과 보도가 파헤쳐져 차량과 보행인의 통행을 방해한다.

유심히 살펴보면 멀쩡한 보도블록이나 경계석을 바꾸거나, 며칠 전 하수도 공사 한 곳에 가스관이나 통신 배관을 바꾸는 식의 공사가 태반이다.

■서울의 대표적 가로인 세종로나 청와대 입구 효자로 같은 곳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예산을 들인 화강암 블록을 걷어내고 쫓기듯 서두르는 공사를 보면, 다른 공사도 다 모아 한꺼번에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원상복구를 잘 하라고 주문한 다지만 표가 나게 마련이어서, 흉터같은 공사자국이 보기 흉하다.

예산 낭비는 또 얼마인가. 지방자치단체들 마다 도로굴착공사 일괄시행 약속을 반복하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불요불급한 공사를 관계 공무원들은 밀어내기 예산 집행이라 한다.

올해 예산으로 잡혀 있는 돈은 어떻게든 다 써야 다음해 예산 배정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대형 국책사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업이 단년도 회계방식이기 때문에 불용 예산이 많을수록 예산은 깎이게 마련이다.

이런 낭비를 없애기 위해 99년부터 예산회계법을 고쳐 불용예산을 다음해로 넘기는 예산 이월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 규정을 이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정부 중앙부처와 국회도 예산 낭비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비비가 남을 경우 불용액 처리하면 될 것을, 출장 연수회 등 갖가지 명목을 붙여 헛되게 써버리는 돈이 엄청나다.

정부의 올해 불용ㆍ 이월액이 5조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예산심의를 철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예산 많이 따는 사람을 유능한 공무원으로 치는 풍조가 있어 무조건 부풀려 책정하는 것이 관행인데도, 예산심의는 언제나 정치에 밀려난다.

불용액 이월제도가 아니라, 국고몰수 제도가 있어야 한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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