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이 코앞에다가서면서 ‘인삼초콜릿’을 만드는 이종태 ㈜본정 사장(38)은 요즘 눈코 뜰새없이바쁘다.인삼초콜릿은 외국인의 입맛에맞게 인삼의 쓴 맛과 향을 없애고 초콜릿의 달콤한 맛을 혼합한 퓨전식품. 지난해 아셈회의 때 외국인 50여명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전통식품 품평회에서금상을 받는 등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인삼초콜릿을 한국의 대표적인관광상품으로 키우겠다는 이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본선 경기를 보기 위해 내년 초 몰려들 중국인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사장은12월말 ‘홍삼초콜릿’을 선보이고 오는 10일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인사동에직영 매장도 열기로 했다. “우리 농업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한다면 얼마든지 국제경쟁력을 갖출수 있을 것”이라는 이 사장은 일본 수출에 이어 조만간 미국과 중국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면 시장개방의 높은 파고에직면한 우리 농업에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기존 영농의 틀을 깨뜨리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벤처농업인들의 약진이다. 이들은 독창적인농업기술과 틈새상품 개발, 치밀한 마케팅전략과 서비스정신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농업에 대박의 꿈이 영글게 하고 있다.
1997년 서울 직장생활을접고 충남 천안으로 귀농한 이종우씨(49). 4년이 지난 그는 지금 연간 1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인터넷 쌀가게 주인이다. 99년부터 그가 운영하는‘해드림상점’은 일년 내내 햅쌀 같은 신선한 쌀을 제공한다. 인터넷이나전화를 통해 주문을 받고 나서야 벼의 껍질을 벗기는 도정작업에 들어가고 곧바로 전속 택배업체를 통해 고객의 안방까지 2~3일내 ‘해드림’ 캐릭터가 찍힌 쌀을 배달해주는 직거래 방법으로 기존의 쌀 유통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해드림의 쌀값은 20kg들이한포대에 5만5,000원. 시중 가격(4만5,000원선)보다 20%이상 비싼데도 매달 정기적으로 쌀을 주문하는 사람은 2,000여명에 이른다.
풍년농산의 ‘5℃ 이온쌀’도 시중보다 25%나 비싸지만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물량이 달린다. 1등급 벼를 섭씨 5℃ 의 냉동창고에 10주 이상 보관했다가물 대신 이온수를 이용해 가공한 이 제품은 햅쌀처럼 단맛이 나고 신선도가 높아 전국 200여개 유통업체를 통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쌀에 금박과 은박을 입힌 ‘금쌀’, ‘은쌀’을 준비중인 이 회사 나준순 사장(47)은 “쌀이넘친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쌀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들 ‘신(新) 농부’들은 지난해 ‘한국벤처농업포럼’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은 500여명. 회장도 회칙도 회비도 없다는 이 모임의 슬로건은 ‘정부로부터 독립하자’다.
포럼을 주관하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민승규 수석연구원은 “우리 농업이 더 이상 집단 시위나 국민 정서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며“시장논리만이 통하는 국제경쟁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정부의 보호막에서 벗어나 스스로 변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말했다.
벤처농업에 영양분을 공급할벤처농업펀드도 조만간 선보인다. 농림부에 따르면 이달 중으로 무한기술투자와 현대기술투자는 농업분야 벤처기업에 대한 10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를조성할 계획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내년초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 농업분야의 벤처 붐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기대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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