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운동장에서 살 부대끼며 공을 차고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씩기울이다 보면 최고경영자(CEO)의 뜻이 자연스레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정(情)도 돈독해지기 마련입니다.”각종 경기 지표가 붉은 신호를 보이고 있고 정수기 업계 내부에서는후발주자들의 치열한 추격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웅진코웨이개발의 박용선(朴龍善ㆍ44ㆍ사진) 사장은 지나치리만치 느긋하다.
매월 2차례씩 웅진코웨이개발의 축구 동호회 회원들과 운동을 하고,한번도 거르지 않고 월말이면 서울 종로구 인의동 본사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파티’를 열면서 일궈낸 직원들과의 신뢰가 자신감의 바탕이다. 박 사장의월간 일정표에 짙은 빨간 줄이 쳐져 있는 행사도 웅진코웨이개발의 별동부대인 4,700여명의 코디(가정 방문 서비스 요원)에 대한 교육일 정도로직원들에게 쏟아붓는 박 사장의 정성은 정성스럽다.
“체질적으로 앉아서 일하기를 싫어합니다. CEO도 현장을 사장실드나들 듯 누비면서 아이디어도 내고 후배들을 독려해야 회사가 크죠.” 웅진코웨이개발은 박 사장이 1998년 2월 취임한 이래 그의 말대로 손수키웠다. 이 회사는 시장 점유율 55%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권 회사의 10배가 넘는 5만여대의 월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어 부동의 강자자리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웅진코웨이개발의 성공은 박 사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획한정수기 렌탈(대여) 서비스와 전문 코디 제도에서 비롯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와 함께 웅진코웨이개발의 사령탑을 맡은 박 사장 앞에 기다리고있던 환영객들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전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매출 성적표. “사상 최악의 시장 상황에서 단순히 정수기를 팔고 필터를교체해주는 정도의 서비스로는 현상유지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때 박 사장에게 “정수기를 팔지 못한다면 빌려주기라도 하자”라는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결국 정수기를 장기 임대해주고 전문 코디들로 하여금 정기적인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웅진코웨이개발의특허 마케팅 기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에 들어간 그의 렌탈 전략은 보기좋게적중, 99년 1,24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지난해 매출액은 2,773억원에 달해 100% 이상의 경이적인 성장을 이뤘다. 상반기에만 이미2,200억원을 돌파한 올해도 2000년의 2배에 가까운 5,263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태세다.
매달 렌탈료를 내고 정수기를 쓰면 5년 뒤 정수기의 소유권을 넘겨주거나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웅진의 렌탈제도는 이미 업계 전체의 대표 마케팅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는 “정수기 보급대수가 250만대에 불과한국내 시장에서 각 업체들이 독자적인 마케팅 기법을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파고들면 시장이 커져 업계가 발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더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업체들의 창의적인 경영을 주문했다.
웅진코웨이개발은 정수기 이외에도 비데, 연수기(軟水器), 공기청정기,음식물 처리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 국가대표 ‘청정 기업’으로서의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웅진코웨이개발이 매년 2배 이상 성장의신화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2003년에는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는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웅진코웨이의 별동부대 '코디'
요즘 주택가와사무실 밀집가에서는 정수기 렌탈 및 수리, 필터 교환ㆍ서비스를 도맡아 하는 웅진코웨이개발의 주부 사원인 ‘코디’들이 ‘야쿠르트 아줌마’만큼 자주 눈에 띈다.
최근 주부들사이에서 유망 직종으로 떠오른 코디는 코웨이와 레이디의 합성어로 정수기 렌탈 계약을 주관하고 고객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필터 교환 등을 해준다.웅진코웨이개발은 1998년 4월부터 현재까지 매월 평균 200여명을 모집, 현재 4,700여명의 코디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김형관(36)홍보팀장은 “코디 사원들은 정수기 렌탈 전략의 첨병으로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거쳐신개념 주부 사원으로 거듭난다”며 “근래에는 코디 지원자가 대거 몰리는 통에 20% 이상 탈락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개발의코디는 40세 이하의 여성으로서 해당 지국의 면접을 거친 뒤 인성 검사 및 연수, 최종 면접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한 정예 영업맨. 깔끔한 유니폼과메이크업, 단정하게 묶은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코디들은 정수기 관련 기술 교육과 사내 친절 아카데미에서 실시하는 예절 교육 등 수준높은 트레이닝을받는다.
웅진코웨이개발 서대문 지국 코디 이선애(40)씨는 “능력에 따라 대우받고 승진할수 있는 인사 시스템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라며 “코디를 하면서 얻은 자신감 덕분에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열혈 여성이라는 칭찬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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