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 개혁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 개혁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

입력
2001.12.03 00:00
0 0

IMF 위기 이후 몇 년간 온 나라가 어수선하였다. 한데 IMF를 졸업하고 나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는 가라앉지를 않고 있다.언제인가부터 전국민이 서로의 허물을 손가락질 하면서 헐뜯어 내리기 시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억눌렸던 욕구를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표출하여 이전투구를 해야만 하는가?

과연 이렇게 해서 복지사회가 만들어질까 의문스럽다.

무엇 때문에 개혁을 하고 구조조정을 하는가. 물론 IMF 위기 이전에 많은 문제들이 누적되어 외과적 수술이 필요했고 사실 IMF 위기는 우리에게 그러한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무엇을 하던 간에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숨을 고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참다운 민주 복지 사회로 가는 길인지 다시 한번 자성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최근에 탤런트 황수정 사건으로 떠들썩했는데 담당검사에게 묻고 싶다.

잠복수사까지 하여 황양을 마녀로 만들어서 도대체 무엇을 성취하였는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지만 그녀가 나오는 영화에 대한 사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러한 허물들을 덮어버리지 않았는가?

드라마 허준에서 예진 아씨는 많은 국민들에게 무한한 행복감을 주었다. 비록 가상적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상이 창조된 것이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일이 없었거나, 있었다 해도 알려지지 않기를 바랬다.

이름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유명해질 때 범인이 버텨내기에는 어려운 엄청난 스트레스가 걸린다.

검사는 물증은 확보하되 그녀에게 경고를 하여 유혹으로부터 멀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았을까.

교육개혁을 하여 누가 행복해졌는가. 이로 인해 행복해졌다고 하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너무나도 꼬여버려 수습책이 도대체 보이지 않고 있다. 교사들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낮추고 다시 63세로 올리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뭐가 좋고, 나쁘고 간에 법을 새로 만들어 소급 적용한다면 앞으로 국가가 어떠한 약속을 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본다.

법 체계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법관들은 왜 침묵을 지키는가.

교사들의 정년을 낮추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 아니고 모든 직장인들의 정년을 올리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참다운 개혁의 목표에 좀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유엔 인구통계국이 한국이나 일본이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자국민의 정년을 70~80세로 늘리거나 외국인 노동자 이민을 대규모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선진국보다 무려 10년이나 앞서서 55세에 퇴직시키는 나라를 어떻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정년을 연장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선진국 진입을 10년 후로 설정해도 매년 1년씩 정년연장을 해야 할 판이다. 선진 한국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할 것이고 55세 이상의 고급 인력은 더욱 소중하게 될 것이다.

일을 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언제까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훨씬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이고 장래 닥쳐올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10년 후에도 한국이 개발도상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실의에 빠지겠는가.

선진 유럽에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는데 거기서는 사람을 속박하는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먹고 마시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TV를 타고 전세계에 중계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우리 국민들이 기가 살아있다면 신바람이 나서 시키지 않은 일도 척척해 낼 것이고 그것은 바로 국력이 될 것이다.

개혁이란 명분으로 끊임없이 서로를 헐뜯는다면 어느 누구가 기를 펴고 살겠는가.

김재삼 포항공대교수 물리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