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1 (물체가)기울어지면서 한쪽으로 몰리다. 2 (시선이나 마음이) 어떤 대상에 끌려 기울어지거나 집중되다.■새 정의: 구토 증상이 나타나다. 성적인 흥분 증상이 몰려오다.
■용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쏠린다." "야한 장면을 보면 남자들은 쏠리는 기분이 든다는데."
멋진 여자가 지나간다. 자연스럽게 남성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쏠린다'. '마음이나 눈길이 어떤 대상에 끌려서 한쪽으로 기울어진다'가 '쏠리다'의 사전적 정의다.
물체가 기울어져 한쪽으로 몰리는 것 역시 ‘쏠린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사람에 대한 호감 여부를 나타낼 때 쓰이는 ‘쏠린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사람 너무 쏠리지 않냐, 기분이 이상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행동으로 표현하자면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가슴을 부여잡고 토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반면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은 눈길뿐만이 아니다. 마음이 함께 간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그녀에게 내 마음이 쏠리고 있어!” 요즘은 쏠린다는 소극적인 표현보다는 ‘찍었다’, ‘찜했다’ 등 주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개입된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
회사원 김지은(31ㆍ여)씨는 “사회 전반에 공격성이 강해지면서 상대방에 대한 호감 표현 역시 강한 것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뜻을 넘어서면 ‘쏠린다’는 말은 남성들이 주로 쓰는 단어가 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갑작스런 토악질이 밀려오는 상황. 목구멍을 넘어오는 토사물을 간신히 되돌려 보낸 뒤 한 마디 내뱉을 수밖에 없다.
“쏠린다.”뱃속의 이물질들이 한곳으로 몰리는 상황을 표현한 까닭일까.
그것만이 아니다. 불쑥불쑥 찾아드는 성(性)적인 흥분상태를 표현하는 말도 ‘쏠린다’가 됐다. 물론 남성들이 주로 쓰는 말이다.
“자취방에 앉아 에로 비디오를 보면 무언가 쏠리는 기분이든다. 발기현상이 과학적으로는 피가 특정부위에 몰리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쏠린다’는 표현을 쓰지 않겠느냐.” 회사원 곽모(31)씨의 설명이다.
‘쏠린다’는 말은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의 균형이 깨지면 속도 ‘쏠리고’, 성적인 자극으로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남성도 ‘쏠린다’.
각종 비리와 연루된 국가정보원에 쏠리는 의혹의 눈길. 그들은 형평의 원칙과 신뢰를 잃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쪽으로 ‘쏠리는’ 세상을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쏠리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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