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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세상] 인간은 과학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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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세상] 인간은 과학으로 산다

입력
2001.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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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야흐로 과학기술시대에 살고 있다.나는 감히 인간이라는 동물의 자연서식지는 이제 과학기술로 창조된 세계라고 단언한다.

우리 모두 과학기술의 영역 안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늙어 죽는다. 현대유전학의 발달에 가장 큰 공헌을한 동물은 뭐니뭐니해도 노랑초파리다.

아마 예전에는 그 노랑초파리도 야생에서 살았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을 야생에서 찾을수 없다. 설령 야외에서 잡힌다 하더라도 그들은 거의 틀림없이 유전학 실험실에서 탈출한 놈들이다. 노랑초파리의 자연서식지는 이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유전학 실험실이 되었다.

산 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도 어쩔수 없이 산성비로 오염된 개울물을 마셔야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들 중 일부가 항생제를 남용한 바람에 인류전체가 날이 갈수록더 지독한 병균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이제 우리 중 그어느 누구도 더 이상 과학기술을 떠나살 수 없게된 것이다. 그리고 길은 한 방향으로만 나있는 듯 싶다.

이젠 더 이상 과학기술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수 없어 보인다. 무작정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말은 더 이상 우리에게 설득력이 없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 인간을 가리켜 '사회적 동물'이라했지만 나는 '인간은 과학적 동물(호모 사이언티피쿠스)'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과학은 진화의 산물이다. 인류는 다른 어느 동물들과는 비교도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두뇌를 갖도록 진화했고 그 결과로 과학이 탄생했다.

동굴시대에도 과학자와 기술인들이 있었다. 누구는 야생동물들의 행동과 이동경로를 관찰하여 분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또 다른 이들은 늘 새로운 도구를 고안하기 바빴을 것이다.

그곳에는 또 이 같은 과학기술자들의 새로운 발견과 발명에 혜택을 입은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여 자신의 생활을 윤택하게 한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지식수용에 무관심하거나 느리거나 아니면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했던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 두부류의 석기시대인들이 삶의 질에 있어서 적지않은 차이를 보였을 것은 쉽게 짐작하고 남으리라.

과학은 지식을 창출하고 지식은 곧 힘이다. 과학적 지식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간의 부의 불균형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것이다.

과학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격차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과학부자와 빈자간의 소득격차는 겉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다.

나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스스로 과학문맹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과학에도 민주주의가 확립되어야 한다. 과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권리에는 반드시 의무가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개념이다. 문맹도가 높으면 제대로 된 민주정치를 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사회활동을 할수 있도록 이른바 의무교육이란 걸 실시하는 것이다.

이제 곧 중학교과정도 의무교육에 포함된다고 하니 그만큼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거의 전국민이 신문을 읽을 수있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과연 몇이나 더 있을까 의심스럽다.

그동안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온 이른바 의무교육의 결실로 짧은 시간 내에 그나마 이 만큼의 민주주의 흉내를낼 수 있게된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과학의 민주주의를 달성해야 한다. 국민 대부분이 글을 읽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어렵듯이 공동체의 성원 모두가 고르게 과학을 듣고 이해하고 말할 수 없으면 절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그래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과학적 소양을 갖출 의무가 있다. 기왕에 남보다 조금은 앞서가고 있다는 정보기술(IT)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만일 전국민이 컴퓨터를 사용할 줄알고 모든 가정이 전산망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정부가 하는 많은일에서부터 사회 전체가 움직이는데 드는 비용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과학의 혜택은 고루 나눠야한다.

지식의 고른 분배 없이는 과학의 민주주의는 이룰 수없다. 모든 학문분야에서 과학만큼 도회지와 농어촌의 차이가 심한 것은 또 없을 것이다.

이런점에서 얼마 전부터 김영환 과기부장관이 제안하고 김수환 추기경, 조완규 전서울대 총장, 김제완 전서울대 교수 등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사이언스북 스타트 운동'에 거는 기대는 실로 크다. 이번 연말에는 이웃돕기 차원에서 모두 이 운동에 참여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컴퓨터가 켜 있다면 바로 www.sbookstart.or.kr을 방문하여 이 뜻깊은 운동의 회원이 되어 주십시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cho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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