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들은 “선수들은 단순하면서도 매사에 민감한 것이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감독들은 선수들을 대할 때 언행이 조심스럽다.1일 조추첨식이 끝난 뒤 국민들 사이에서 16강진출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가 선수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1954년 스위스대회이후 32년만인 86년 멕시코월드컵본선에 진출했을 때 국민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본선진출 자체가 쾌거였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본선에 대한 부담이 그리 많지 않았다.국민들 역시 본선에서 선수들이 최선만 다하기를 바랐다. 당시 대표팀은 역대 최강이었고 사기는 충천했다. 비록 16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멕시코대회에서 터트린 4골 중 최순호와 박창선 선수의 골은 대회 ‘베스트 10’에 들 정도로 대표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당시 방송해설을 맡았던 박병주(현 LG축구단 고문)씨는 “선수들이 부담없이 최선을 다해 실력 이상의 기량을 발휘했다”고 회고했다.
흔히 한국팀의 내년 월드컵 16강진출 가능성을 말하면서 홈어드벤티지를 들먹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국내에서 치러지는 이번 월드컵이 더 큰 부담이다. 역대 월드컵 개최국이 2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전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인 압박감이 대단할 것이다.
대표선수들은 모두 프로들이다. 그러나 그들도 주위의 기대가 크면 클 수록 극도로 긴장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본선까지는 6개월 남짓 남았다. 거스 히딩크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강진출이라는 숙원을 풀기 위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자세로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과도한 기대보다 선수들을 격려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다보면 선수들도 본선에서 맘껏 제기량을 발휘 16강진출이라는 염원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종관 전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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