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급속한 붕괴조짐을 보임에 따라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어온 테러 조직 알 카에다가 다른 근거지에서 생존할 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1979년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이슬람 교도들이 아프간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에 가담하면서 형성된 '알 카에다'(기지ㆍThe Base)'는 일단 존폐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테러 캠프에서 배출한 알 카에다 정예 전사, 후원 조직, 자금원 등은 아프리카와 중동을 비롯한 도처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빈 라덴이 제거돼도 조직은 살아 남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알 카에다는 일사분란한 지휘체계 보다는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종교ㆍ사상으로 무장된 단체이기 때문에 대미 항전이라는 명분이 사라지지 않는 한 뿌리 뽑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알 카에다가 본부를 재건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는 소말리아와 수단, 예멘 등이 우선 꼽힌다. 이들 나라는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과는 달리 내전 등으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취약한 데다, 외부 세계에 별 관심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프 훈 영국 국방부 장관이 29일 "정부가 대 테러 활동을 전개할 능력이 없는 수단 등에는 외국군이 필요할 지 모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소말리아는 빈 라덴과 연계된 알 이티하아드라는 과격 이슬람 단체가 있는 데다 정국이 극도로 혼미해 알 카에다가 조직을 추스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미국의 탈레반 자금 동결 조치로 연 평균 7억 달러의 해외 송금이 2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어 반미 감정도 거세다. ^이슬람 반군이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는 체첸, 이슬람 분리 세력이 인도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등 분쟁 지역도 알 카에다에 적합한 토양이다.
이밖에 알 카에다에서 훈련을 받은 이슬람 반군인 아부 사이예프가 있는 필리핀, 이슬람 최대의 인구를 거느린 인도네시아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 라덴은 알 카에다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아프간의 알 카에다가 궤멸된다 해도 어디선가 제2, 제3의 알 카에다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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