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경시청이 29일 조총련 중앙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을 계기로 조총련이 신용조합의 자금을 주물러 온 실태가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일본 검·경은 47개 시설에 대해 56회의 강제 수색을 실시했고,관련자 15명을 구속했다.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관계자는 100명을 훨씬 넘어섰다.수사는 유출된 자금의 최종 행방을 확인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파문이 꼬리를 물것으로 보인다.■자금유출
조총련 기관지를 발행하는 조선신보사가 소유한 도쿄 신주쿠의 토지(약360평)와 건물(지상7층,지하2층)에는 1994년 3월 10억엔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조긴도쿄'가 설정한 이 근저당권은 부동산 거품이 급속히 꺼지던 94년 6월 오히려 18억엔으로 늘어났다.
당시 토지의 평가액은 1억엔 정도였고 건물은 30년이 지나 사실상 가치가 없었다.더욱이 이미 다른 금융기관이 26억엔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상태였다.산케이신문은 30일 이 처럼 어처구니없는 융자가 구속된 강영관 조총련 중앙상임위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총련 관련 개인이나 기업 명의의 통장을 개설,신용조합의 융자를 받은 후 다른 통장으로 빼돌리는 수법도 흔히 쓰였다.압수수색을 당한 조총련 재정국에는 차명계좌를 관리하기 위해 쓰인 여러 개의 서류와 인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권
신용조합 경영진이 조총련 재정국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인사권이 장악돼 있기 때문이다.한때 38개에 이르렀던 조총련계 신용조합은 형식상 독립 금융기관이다.그러나 조총련은 산하 조직인 '재일본 조선신용조합 협회'(조신협)을 통해 이사장과 이사를 수시로 교체해 왔다.조총련의 전 간부에 따르면 강위원은 융자요청을 거부한 이사장을 불러 "다음 이사회 때 갈아 치우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장면도 목격됐다.구속된 정경생 전 조긴도쿄 이사장은 경찰에서 "지시를 거부하면 일본에서 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진술했다.
조총련의 자금 유용은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고 아사히 신문이 전직 간부들의 증언을 인용,보도했다.북한이 지원금을 끊고 자력갱생할 것을 지시하자,조총련은 골프장이나 빠찡꼬 사업에 손을 대게 됐고 이 자금을 신용조합에서 무리하게 염출해 냈다는 것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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