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XP가 출시된 지 1개월이 지나도록 영 체면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매출 하락세를 좀처럼 뒤집지 못하던 PC업계는 지난 10월26일 윈도XP 출시의 바람을 타고 도약의 계기를 삼으려고 했지만 전년 동기보다도 못한 성적을 잇따라 내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한국MS가 윈도XP만을 위해 300억원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마케팅비용을 쏟아붓고 있고 MS의 빌 게이츠 회장도 “윈도XP가 PC의 ‘새로운 경험(eXPrience) 세계’를 열어줄 것”이라고 공언하며 윈도XP의 환상을 심어놓은 터라 PC업계가 느끼는 허탈감은 더 크다.
업계에 따르면 윈도XP가 모습을 드러낸 10월 국내 PC 판매량은 18만대로 지난해 10월 26만대의 69% 수준에 그쳤다. 윈도XP 탑재 PC가 본격적으로 매장을 점령한 11월 판매량도 2000년 11월의 24만대 기록은커녕 20만대의 벽도 깨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0월 PC 판매량은 11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11월 성적도 지난해에 비해 마이너스 10% 성장이 확실해져 윈도XP 붐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윈도XP가 기존 OS를 다 삼켜버릴 수 있는 차별화한 기능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윈도 시리즈의 그저그런 최신판일 뿐”이라며 “남은 희망은 연말연시 선물 시즌”이라고 말했다.
삼보컴퓨터는 무력했던 10월 시장에 이어 11월에는 가까스로 전년 동기 기록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IBM의 10월과 11월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월 2만6,000여대 정도에 그쳤고 현주컴퓨터도 월 2만2,000여대라는 평이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PC제조업체들과 함께 윈도XP와 관련한 각종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는 전자상가도 죽을 쑤기는 마찬가지. 용산 전자랜드21의 한 상인은 “어렵게 출제된 수학능력시험 때문에 수험생들이 기가 죽어 PC를 구입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이 또한 윈도XP 탑재 PC 부진의 한 요인”이라고 푸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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