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의 지하궁전·웨난 지음ㆍ이익희 옮김고대 중국인들은 양쯔강 이남을 야만인이 사는 미개지로 여겼다. 월(越)은 야만인을 가리키는 말이자 양쯔강 이남을 뭉뚱그려 비하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야만스런 오랑캐의 땅으로 불렸던 이 지역, 지금의 광저우(廣州)에서 1983년 놀라운 유적이 발견됐다.
진시황이 죽고 항우와 유방이 중원에서 격돌하는 가운데 강남을 차지했던 남월(기원전 203~112)의 2대 왕 조 호(趙 胡)의 무덤이 발견된 것이다.
건축공사장 땅을 파다가 나온 석판 아래 감춰져 있던 그의 지하 동굴 무덤에서는 500여 점의 청동기, 200여 점의 옥기 등 1,0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유물이 출토됐다.
남월이 미개한 오랑캐국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된 아름다운 문화를 지닌 나라였음을 증명하는 것들이었다.
중국의 기자 겸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웨난(岳南ㆍ38)이 쓴 ‘오랑캐의 지하 궁전’은 진ㆍ한 시대 광저우 지역 고고학 발굴의 3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유적의 발굴 이야기다.
그는 발굴 현장 취재기를 바탕으로 진ㆍ한 교체기의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문헌을 동원해 잊혀진 나라 남월의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남월의 역사는 100여 년 밖에 안되지만, 상업으로 부를 쌓고 중원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으며, 모험심 강한 기질을 후손에 물려줬다.
오늘날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광둥(廣東)인은 남월의 후예를 자처한다고 한다.
저자 웨난은 고고학 발굴 과정을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로 유명하다. ‘법문사의 비밀’ ‘마왕퇴의 귀부인’ ‘부활하는 군단’ 등 그의 전작 여러 편이 국내에도 소개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고학 유물을 통해 역사의 베일을 벗기며 인간사를 흥미진진하게 전하는 그의 솜씨는 이번 책에서도 여전하다.
그것은 상아탑에 갇혀있던 고고학을 대중에게 돌려주는 값진 노력이기도 하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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