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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영-김승일 누구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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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영-김승일 누구말이 맞나

입력
200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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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경찰의 '수지 김'사건 수사중단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외압행사 및 경찰 수뇌부의 공모 여부를 놓고 양측이 책임 떠넘기기와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로 일관,진위공방이 일고 있다.특히 김승일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이 최근 이무영 전 경찰청장에게 수사중단 외압사실을 감춰줄 것을 부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양측간 폭로전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우선 김 전 국장은 "지난해 2월 이무영 당시 경찰청장에게 수지 김 사건 내막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밝혀 이 전 청장이 단순 살인사건임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중단했음을 시사했다.또 경찰에 대한 외압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덮어달라고 직접 부탁한 적은 없다'고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그러나 이 전 청장의 진술은 판이하다.지난해 김 전 국장이 갑자기 찾아와 메모쪽지를 전달해 협조를 부탁했지만 "실무자들과 협의하라"고 말했을 뿐 내용도 잘 몰랐고 공모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은 상당부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김 모 전 국정원 대공수사1단장은 "김 전 국장이 수사무마를 요청해 이 전 청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진술했고 김병준 당시 외사관리과도 "이 전 청장이 국정원 협조사항에 대해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두 사람의 진술과는 크게 어긋난다.

김 전 국장은 이 전 청장이 주도적으로 수사를 중단시킨 점을 부각시키는 반면 이 전 청장은 국정원의 청탁내용을 몰랐다고 부인함으로써 책임을 상대방에게 넘기고 사법처리를 피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이 전 청장은 의혹이 자신에게 쏠리자 김 전 국장이 지난 15일에 자신에게 "사망한 엄익준 전 국정원 2차장이 전화로 청탁을 했던 것으로 해달라"고 구명로비를 했다며 화살을 김 전 국장에게 넘겼다. 양측간 '책임 떠넘기기'과정에서 새로운 비리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김 전 국장의 외압 및 이 전청장의 공모여부는 두 사람과 실무자간의 대질 신문을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배성규 기자

■'수지 김 내사중단 李前청장 개입' 반응

지난해 2월 ‘수지 김’ 사건에 대한 경찰의 내사중단에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이 개입한 정황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지자 경찰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함께 국정원 실무자의 진술을 토대로 한 검찰의 발표와 수사방향에 반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경찰은 국정원이 대공수사임을 이유로 내사중단을 요구해 사건을 인계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으나 법적 책임의 무게 중심이 경찰과 이 전 청장에게 쏠리자 국정원이 책임을 떠 넘기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는 “검찰이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 이 전 청장을 희생양 삼은 것 아니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전 청장이 사건진상을 전해 듣고 경찰청 외사과 실무진에 내사중단을 지시했다는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의 진술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경찰에 덤터기를 씌우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국정원 고위간부의 진술은 모든 책임을 경찰에 덮어씌우기 위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도 경찰과 이 전 청장에 책임이 쏠린 28일 검찰에 ‘국정원의 일방적인 말만 믿고 경찰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항의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 일부에서는 이 전 청장의 독주가 빚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대공수사국장의 진술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경찰 위상이 일거에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한 주체로서 위상을 지키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과 검찰의 수사지휘나 간섭 등에 대해 경찰도 할 말을 하는 분위기가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없지는 않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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