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 선집 '사랑이 그대를…'예언자는 사랑에 관하여 말한다.
“비록 사랑의 날개 속에 숨겨진 칼날이 그대들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들을 감싸안으면 온몸으로 맞이하라.”
예언자는 알고 있었다.
사랑이 기쁨의 관을 씌우는 만큼 마음을 괴롭힌다는 것을.
영혼을 성숙하게 하는 만큼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는 것을.
시인이자 철학자인 칼릴 지브란(1883~1931)의 선집 ‘사랑이 그대를 찾아오거든 가슴을 열어라’(책이 있는 마을 발행)가 나왔다.
그의 대표작 ‘예언자’와 ‘부러진 날개’ 등 11편의 작품이 실린,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지브란의 작품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긴 했지만, 그의 첫번째 작품인 ‘영혼의 반항’부터 말기작 ‘대지의 신’까지 아울렀으며 사후 편집된 작품까지 수록했다는 점에서 선집은 의미있다.
그는 조국 레바논의 압제와 폭정에 저항하고,(‘영혼의 반항’), 인간의 위선과 오만을 조롱하며,(‘선구자’) 신과 인간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묻는다.(‘대지의 신’)
지브란은 특히 첫사랑에 실패한 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사랑의 의미를 성찰하는 데 몰두했다.
그가 깨달은 사랑은 “두드리고 체에 밭치고 갈아서 부드럽게 반죽하는 것이었다”.
그의 개인적인 체험은 실제로 일어난 삶의 이야기를 쓴 ‘부러진 날개’와 ‘눈물과 미소’에 투영됐다.
어느날 지브란은 사랑하는 여인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무엇 때문에 눈물을 흘리느냐는 물음에 여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지브란, 이건 말예요, 그냥 ‘눈물과 미소’일 뿐이에요.”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기쁨(미소)과 고통(눈물)으로 빚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훗날 ‘눈물과 미소’를 짓는다.
그는 사랑과 결혼, 우정, 종교 등 인간 문제에 대한 한 예언자의 잠언을 적은 뒤 4년 동안 원고를 묵혀 두었다.
그는 “이 작품에 쓰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말이기를 확신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1923년에 발표한 ‘예언자’는 ‘현대의 성서’로 불리는 작품이 됐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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