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02월드컵 조별3경기를 모두 우리나라에서 치르기로 확정된 이후 관련 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항공업계는 한-중노선 증편에 나서고관광업계는 중국인을 겨냥한 테마상품을 개발하는 등 ‘중국특수’를 잡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숙박, 통역 등 몰려올 중국인들을 맞기 위한 준비는 턱없이 부족해 ‘특수’가 아닌 ‘대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이번 결정에 따라 내년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인은 10만명 이상.
이 기간중 ‘치우미(球迷)’(중국의축구광)들이 국내에서 지출할 순수 관광수입만도 최소 2억달러(한화2,600억원)를 넘을 것으로 관광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숙박시설 확보 비상=이처럼 중국인들은 대거 한국을 찾을 태세지만 이들을 맞을 ‘관광 인프라’는 곳곳에서 구멍이 뚫려 있다.
우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중저가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숙박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월드컵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월드컵에 대비해 확보한 객실은 전국 10개 개최도시에서13만5,386개. 이 중 80% 이상은 중저가 장급 여관이다.
이들 숙박시설은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월드컵 관광객들을 수용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특히 장급여관들은 대부분 낮에 손님을 따로 받는 속칭 ‘러브호텔식’ 영업을 하겠다고 나서 월드컵 관광객들과 마찰을 빚을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계 법령상 이들 업소가 외국인을받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특히 대다수 중국인들은 중저가를 선호할 것이 확실한 데 이들 업소가 기존 입장을 바꾸지않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국통역원 태부족=중국 통역원도 절대인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중국어가 가능한 중국 관광안내 자격증 소지자는 1.926명.
그나마 활동중인 인력은 전체인원의 10%에도못미치고 있다. 10만명의 중국인이 몰려올 경우 중국 통역원 1명이 중국인 500명을 홀로 챙겨야하는 셈이다.
문화관광부가 서둘러 300여명의통역 요원 확보에 착수했으나 그 결과는 미지수다.
▦표지판도 부실=중국 관광객을 위한한자 표지판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이태원, 남대문 등 주요 관광지 도로의 표지판 정비작업을 시작했지만 한자 병기 표지판이 설치된 곳은 시청, 종합운동장 등 50여곳 뿐이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교통 표지판, 지하철 노선도, 식당 메뉴판 등에서 한자를 거의 찾아볼수 없어 관광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
뜨겁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식사중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차를 마시는 등 까다로운 중국인의 식성과 취향에 맞춘 식단 및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일도 시급하다.
가이드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는수십 달러 짜리 덤핑 관광상품으로는 씀씀이가 크기로 유명한 중국 부유층 관광객의 눈길을 끌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관광개발원 심원섭(沈元燮) 연구원은“중국은 고사 위기에 있는 국내 관광산업의 최후 승부처”라며 “‘다시오고 싶은 나라’라는 인상을 주지 못하면 일회성 ‘반짝 특수’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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