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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퇴출거부 자본들이 경제위기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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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퇴출거부 자본들이 경제위기 불러"

입력
200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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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기원 - 세계 경제위기의 역사 1950~1998'로버트 브레너(58ㆍ미국 UCLA 역사학과 교수)는 1970년대에 전개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논쟁’을 주도한 신좌파 역사학의 태두이다.

그가 홀연히 오늘날의 장기적이고 체계 전반에 걸친 경제 침체의 원인을 역사적으로 밝혀낸 이 책으로 새로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의 노작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경제 인사들에게는 ‘복음’이었고, 현재의 경제 위기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던 주류 경제학자와 마르크스주의자에게도‘이론적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는 신선한 돌파구였다.

그래서 1998년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미국 언론은 ‘노벨경제학상 수상감’이라고 호들갑을 떨었고, 쟁쟁한 마르크스주의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즉각 논평하며 격렬한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발행된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올해 2월초 방한했던 브레너와 정성진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장의 대담이 게재되면서 저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브레너가 세계경제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던지는 결론은 단순하다.

마르크스주의,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 모두가 세계경제 위기를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서 찾고자 해 존재하지 않는 강력한 노동운동을 신봉하거나, 아니면 이미 무력해진 노동의 힘을 약화시켜야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고 믿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너는 대신 문제가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 있는 게 아니라, ‘자본과 자본의 관계’에 있다고 간파했다.

즉 유한한 세계경제를 둘러싸고 각국의 자본들이 기존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퇴출되기를 거부함으로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그가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하는 대안도 단순하고 명쾌하다.

‘고비용 저이윤의 생산수단’을 퇴출시켜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1980년대 대처리점과 레이거노믹스, 1990년대 ‘신경제’가 잠깐동안 경제성장을 촉발시킨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미 신기술과 고정자본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상태에서 각국 기업이 스스로 퇴출을 선택하지않을 것이며 저항할 것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들은 경쟁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자신의 가격 하락을 감내하면서도 해외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본다.

이런 과정이 지난 50년 동안 계속되면서 오늘날 장기 경제 침체가 되고 있다는 게 브레너의 생각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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