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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의 장막'에 갇힌 조추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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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의 장막'에 갇힌 조추첨

입력
200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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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12월1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추첨식이열리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일대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취재중인 내외신기자들은 한결같이 ‘조추첨행사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28일의 시드 및 그룹배정 회의 전부터 불거진 설은 29일에도 이어졌다.이날 일본언론은 28일 중국의 한국배정 결정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서 경기하는 대가로 브라질을 일본으로 보냈다’ ‘개막전은 프랑스_중국전으로 짜여졌다’고 보도했다.

그룹 배정회의를 앞두고는‘월드컵이 아시아에서 열려 스페인 잉글랜드 등 유럽국가들이 시드배정에서 손해를 볼 것’이라는 설이 떠돌더니 이어 ‘톱시드에서 탈락한 포르투갈과 잉글랜드가 한국이나 일본조에 속해 자연히 시드배정을 받은 효과가 나도록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와 반대로 ‘본선조추첨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 일본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다’는 루머도 많다. 추첨에 쓰이는 공을 ‘뜨거운 공’과‘차가운 공’으로 나눌 것이라는 믿지못할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이러한 소문은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 특유의 밀실행정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한국배정을 놓고 미셸 젠 루피넨 FIFA사무총장은 “지리적,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결정됐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기자들은 입장권 판매문제가 가장 큰 고려대상이었을 것으로 믿고있다.

특히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27일 “FIFA에서도 중국이 한국에서 예선을 치르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한 말이 28일 사실로 드러나자 페어플레이 원칙이 무시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동개최이기 때문에 대륙별 안배에 의해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한일 양국에 배분한 것이지만 엄밀히 말해 ‘특정이익’이 조편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각종 루머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 유럽기자는 “한중일이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사안이 결정돼 큰 문제는 없겠지만 본선 조추첨 고유의 의미는 많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한 일본기자는 정몽준 회장을 겨냥, “중국이 한국에서 경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기자회견이나 발표를 앞두고 발표내용을 흘리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한국이 자국에게 유리한 결정이 났다고 이 같은 행동을 용서해서도 안된다”고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국기자는 “전대회우승국 프랑스가 최약체 중국과 개막전을 한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돌았는데 사실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이 같은 루머는 FIFA의 밀실행정이 사라지기 전에는 없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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