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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농지와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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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농지와 골프장

입력
200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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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과 남한강 물줄기가 잠시 흐름을 멈추는 팔당호에 가본 사람들은 호숫가에 난립한 갖가지 유흥업소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물가에 맞닿아 있는 수 많은 카페 음식점 숙박업소의 하수가 어디로 흘러갈지를 생각하면, 수도권 사람들이 수돗물을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좀 떨어진 곳에는 산 자락을 깎아 터를 늘린 전원주택마을과 아파트 단지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준농림지 개발을 허용한 문민정부 실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는 경제부처에서 한계농지에 골프장과 레저시설을 허용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계농지란 계곡이나 낮은 구릉 같은 곳에 있는 경사 15도 이상의 농지를 말하는데, 남아도는 쌀 생산을 줄여 쌀값 하락을 막고, 농민들에게 농외소득을 올려주기 위한 구상이라고 한다.

기계화 농업이 불가능한 20만ha의 한계농지를 개발에 이용하자는 이 구상은 농지와 농민을 같이 줄임으로써 가격조절도 하고 농민의 압력도 줄여보자는 다목적 포석 같다.

■농산물 시장 개방체제에 대비하기 위한 신농업 정책의 일환으로 구상되고 있는 이 계획은 농업의 기반을 뒤흔드는 개발제일주의 논리다.

쌀 감산을 유도하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벼농사대신 경제성 있는 밭 농사를 연구하고 지원해야지, 논에다 골프장을 짓자는 발상은 쌀 팔아 떡 사먹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다.

쌀을 제외하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 가운데 자급자족 되는 것이 무엇인가. 생산기반이 없어졌을 때도 식량안보가 가능할 것인가.

■무엇보다 큰 걱정은 국토 훼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산하는 개발이라는 도깨비 논리에 잘리어 동강나고, 깎이고 패어 빈사상태다. 읍면 단위 시골에도 예외없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국립공원 지역조차 골프장 호텔 상가 가든의 난립으로 상처 투성이다.

개발이익에 눈먼 업자와 세수증가에 재미 붙인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국토는 이 시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후세에게서 잠시 빌려 쓰는 것이므로 되도록 원형대로물려줄 의무가 있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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