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닷컴 청년이 있었고, 그는 스트리퍼를 사랑했다.남자는 여자에게 모든걸 바쳤고, 두 사람은 섹스를 했다. “그건 가짜야. 진짜가 뭔지 보여줄까” 하며 여자는 고개 떨군 남자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다.
가볍디 가벼운 담배 연기 속에 묵직한 인생을 털어 넣었던 ‘스모킹’의 웨인 왕 감독이 디지털로 찍은 ‘센터 오브 월드 (The Center Of TheWorld)’는 디지털 정서를 매개로 한 슬픈 러브스토리이다.
천만장자인 리처드 (피터 사스가드)와 스트리퍼 플로렌스(몰리 파커)가 서 있는 세상은 ‘가상’이다.
‘모든 것(심지어 여자 성기에 사탕을 넣는 장면)을 보여 주지만 아무것도 만질 수 없는’ 스트립 쇼의 규칙은 모든 것과 소통 가능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으로부터 차단된 사이버 세계와도 맥락이 같다.
컴퓨터로만 세상을 만나는 리처드가 유일하게 ‘접촉’하고 싶어하는 것은 드러머이자 스트리퍼인 플로렌스.
남자는 여자에게 대가 1만 달러의 3일간의 여행을 제한하고, 여자는 몇 가지 조건을 내건다. “키스도, 삽입도 안된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만 함께 한다’.
여자와 남자는 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도시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모래 위에 지어진 밤의 도시 역시 모든 것이 가능하고,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가상의 도시’와 다름없다.
리처드는 플로렌스의 스트립 쇼를 보고 흥분하지만, 끓어오른 욕망을 달래주는 것은 그의 손일 뿐이다.
감독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어떠한 판타지도 용납하지 않았다. “우린 진짜로 한 거야.”(리처드). “그건 환상일 뿐이야. 문제는 돈이야. 넌 가졌고, 난 없고.”(플로렌스).
닿을 수 없는 두 사람은 다시 고객과 스트리퍼로 만난다. 둘의 관계는 0(관계없음)과 1(거래 관계)로 구축되는 디지털과 자본주의의 속성에 의해 끊임없이 자동 반복될 뿐이다.
이런 순환 관계는 결코 이들을 ‘세상의 중심’인 자궁에 도달하지 못하게 한다.
웨인 왕(51)은 ‘차이니즈 박스’를 끝으로 ‘아시아’ 감독 카테고리를 벗어 던진 데 이어, ‘센터오브 월드’를 통해 스티븐 소더버그나 폴 토머스 앤더슨 같은 젊은 천재 감독들처럼 새로운 형식미로 무장한 영상의 기록자로 부상했다.
많은 노출과 음란한 장면 때문에 미국에서는 4월22일 7개의 등급외 전용관에서 상영했으며, 국내 개봉에서도 문제의 ‘사탕’ 부분은 삭제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진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프리티 우먼’이나‘노팅힐’ 같은 ‘가짜’ 영화는 엄두도 내지 못할 사랑과 삶에 관한 진실이다. 12월 8일 개봉.
폴 오스터 원작과 디지털의 새로운 형식, 강한 선정성. ‘센터 오브 월드’는 그것으로 인간의 소통문제에 접근한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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