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관계자들 "측근들이 호텔로"…리스트 實在 가능성 커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ㆍ28ㆍ구속중)씨의 총선ㆍ로비자금 리스트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진씨가 지난해 수억원대의 현금이 담긴 캐디백(골프채를 넣은 백)을 특급호텔 객실 등에 수 차례 배달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돼 정ㆍ관계 로비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진씨의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씨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측근 인사 등을 통해 수억원의 현금을 캐디백에 넣어 극비리에 서울시내 모 특급호텔 주차장에 서있던 고급승용차나 객실 등에 배달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인사는 “진 부회장이 현금이 가득 든 캐디백을 특급호텔 지하주차장으로 배달하라고 수 차례 지시했던 것으로 안다”며 “측근들이 직접 캐디백을 운반해 지정된 차량의 트렁크에 넣고 오곤 했다”고 밝혔다.
진씨는 또 지하주차장에서의 돈 전달 행위가 폐쇄회로 TV 촬영 등으로 인해 보안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되자 배달장소를 호텔 객실로 옮기기도 했다.
돈 전달의 규모가 커지면서 캐디백 5~6개가 한꺼번에 호텔 객실로 배달된 경우도 있었으며 도난 방지를 위해 캐디백을 실은 차량의 앞뒤로 경호차량이 동행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캐디백에는 현금이 최고 3억원까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정ㆍ관계 인사에게 한번에 억대의 로비자금이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며 여야 의원 30여명이 총선 및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진승현 리스트’의 실재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진 부회장은 돈을 전달한 상대에 대해 일체 함구했으며 배달방식도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스러워 상대방의 정확한 신원은 회사 관계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당시 MCI코리아 관계자는 “회사의 규모나 다른 회사와 비교해 볼 때 평소 지나치게 현금을 많이 보유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진 부회장이 퇴근 무렵마다 1,000만~2,000만원 정도의 현금과 수표를 가져올 것을 지시해 비서실에서 항상 현금을 준비해 놓을 정도였다”고 밝혀 정ㆍ관계 로비자금 제공설을 뒷받침했다.
이와 함께 리젠트종금 및 한스종금 인수 과정에서 진씨가 정ㆍ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진 부회장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 요로에 아는 인사들이 엄청나게 많아 불가능한 거래도 자주 성사시켰다”며 “리젠트그룹과 함께 추진한 경수종금 인수나 한스종금 건은 MCI가 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이었으나 외부 인사를 통해 성사시켜 직원들이 모두 놀랐었다”고 설명했다.
진씨는 또 회사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비 등 불법ㆍ편법적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 간부들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재환(金在桓) 전 MCI코리아 회장의 역할에 대해 당시 회사 간부는 “김씨는 영입된 이후 회사 내부업무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았으며 회사가 어려울 때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안다”며 “그는 접대비와 판공비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썼다”고 말해 김씨가 정ㆍ관계 로비스트로 일했음을 시인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