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등학교 둘 가운데 하나꼴로 교실 증축공사가 벌어져 학생들이 공사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한국일보 27일자 31면)는 과연 교육이 이래도 되느냐는 회의를 느끼게 한다.학급 인원을 35명으로 줄이는 일이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일제히 그 난리를 겪어야 한단 말인가.파헤쳐진 운동장과 곳곳에 쌓인 건축자재 더미 때문에 체육수업을 못하고 통행마저 불편한 이런 전체주의식 교육행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학교당국과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묻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OECD 국가 수준으로 학급인원을 줄이는 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 것은 우리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기에 누구나 환영했다.그러나 지난 7월 대통령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중장기 사업으로 잡혀있던 계획을 앞당겨 추진하겠다고 밝힌 과잉의욕이 화근이 되었다.
고등학교는 2002년부터 35명 학급을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 848개 고교에 5,428개 교실을 증축하는 사업이 착수됐는데, 6개월 사이에 그 많은 교실을 한꺼번에 지으라니 무슨 업적 경쟁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강제 배정된 교실을 확보하기 위해 운동장 한 귀퉁이나 뒷마당에 교실을 증축할 수 밖에 없어 기형 학교들이 속출하게 생겼다.
학생들이 축구와 달리기를 할 수없게 된 것은 물론이고, 시험실 음악실 미술실 같은 특별교실과 도서실이 없어지는 학교도 생긴다.
그나마 제 때 공사가 끝나면 다행이다. 계획된공사가 모두 착공된 곳은 부산 광주 제주 뿐이고, 나머지는 지금 한창 설계 중이거나 초기공사 단계다. 수 많은 컨테이너 교실이 등장할 판이다.
더 큰 걱정은 이 난리가 내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옮아간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까지 초ㆍ중등학교 모두를 35명 학급으로 만들 계획이다. 우리 나라 모든 학교가 수십 학급을 거느린 '공룡학교'가 되는 것이다.
과밀학급도 문제지만 학년 당 20학급이 넘는 과대학교의 폐해는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머지 않아 교실이 남아 돌 날도 온다.
학급인원 감축은 학교 신ㆍ증설같은 정상적인 방법에 의존해야 한다.
학교 지을 땅이 마땅치 않으면 소규모 학교라도 여러 개를 지어 점진적으로 인원을 줄여야지,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군사 문화적인 방식은 곤란하다.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급인원 정책은 제발 순리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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