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상곳곳 문회의 홀씨 뿌리고 싶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상곳곳 문회의 홀씨 뿌리고 싶어"

입력
2001.11.28 00:00
0 0

*복합문화카페 '민들레영토' 지승룡 사장삼촌의 손을 잡고 서울 금호동의 다방을 드나들던 여섯 살 소년이 있었다.

가족처럼 그를 대하는 마음 따뜻한 다방 여주인의 대접에 그는 감동했다.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다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는 결국 10년 가량 수행하던 목사 직을 떠나 ‘남자 다방 마담’의 꿈을 이뤘다.

신촌기찻길 옆 10평 카페로 시작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화카페 민들레영토를 일군 지승룡(45) 사장이다.

21일 그를 만나기 위해 신촌 민들레영토를 찾았다. 기찻길 옆 민들레영토는 ‘작은’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어머니 민들레영토’로 변해 있었다.

맞은편 큰길가에는 ‘신촌 민들레영토’라는 커다란 간판을 단 6층 높이의 성이 하나 솟아 있었다. 지난 8월 문을 연 새로운 민들레영토다.

영화 관람시설, 세미나실, 작은 서점, 그리고 퓨전 레스토랑과 찻집까지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1993년 민들레영토가 신촌에 처음 나타났을 때, 새로운 공간에 목말라하던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떡장사와 옷장사를 통해 모은2,000만 원으로 양장점을 인수해 탁자 여섯 개로 시작한 평범한 카페는 ‘민토’라는 애칭으로 통하며 대학가 젊은이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했다.

일반 카페처럼 차 값을 받지 않고 문화비라는 명목의 돈을 내면 컵라면과 커피를 마음껏 먹게 하고 세미나를 위한 작은 방을 제공하는이색적인 운영법이 인기를 끌었다.

또 카페를 나올 때에는 책 한 권씩을 안겨주는 지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입소문을 타고 번졌다. 소비와 향락의 거리 신촌에서는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무허가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음식업 허가가 나오지 않아 정식 카페를 운영할 수 없었다. 그래서 편법으로 문화비를 받았는데, 이후에 생각해보니 젊은이들이 그런 새로운 카페문화에 열광했던 것 같다. 차도 마시고, 토론과 공부도 하며, 배가 고프면 라면도 스스로 끓여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한국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민토 서비스 정신의 기반은 어머니.

이곳의 특징 중 하나인 음료 리필 역시 순박한 어머니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옛날 우리 밥상을 한 번 생각해 보라. 먹다가 음식이 부족한 듯 싶으면 더 내오는 것이 우리의 음식 인심이 아닌가. 카페 운영도 이러한 정신을 기초로 한다.”

작은 카페 주인이었던 그는 이제 7개의 카페를 가진 성공한 회사의 대표가 됐다. 신촌과 대학로에 각 두 곳, 고려대 경희대 명동에도 민들레 영토가 들어섰다.

내년에는 강남역과 지방 대도시, 미국과 유럽 등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10평의 공간이 2,000평으로, 2명의 종업원이 350명으로 늘었다.

그는 다만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 민들레영토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일까.

“생산과 지식의 중요성,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민토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이 세상 곳곳에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카페도 커나가는 것 같다. 강남이면 강남, 지방이면 지방 나름의 문화풍토에 맞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카페의 수가 늘어나는 것일 뿐이다.”

민토정신은 그가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의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500여 가지의 차를 개발했고, 제자들과 실사구시 정신을 이야기 하며 차를 마셨다. 다방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됐지만, 본래 생산적인 토론과 논의가 이뤄지는 중요한 문화현장이었다. 다방 본래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복원해나가고 싶다.”

지 사장은 2007년 은퇴가 목표다. 그가 가졌던 꿈을 이루기 위해 그 사이 어떤 일을 할 계획일까. “건전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빤히 보이는 장삿속보다는 인간 냄새가 나는, 마치 공기처럼 평소에는 고마움을 모르지만 절실하게 필요한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다. 지역문화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슈퍼, 서점, 택시 등에도 민들레영토의 정신을 되살리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세상 곳곳에 문화의 향기가 넘쳐나지 않겠는가.”

밤이 깊었지만 민들레영토의 세미나실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문화의 향취는 카페를 넘어 세상 구석구석으로 민들레홀씨를 뿌리고 있었다.

지승룡 사장은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문화공간을 세상 곳곳에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지승룡 사장의 카페 운영법-"운영원칙은 고객 감동"

민들레 영토 지승룡 사장은 ‘카페 마스터’가 꿈이다. 카페가 음식과 차를 먹고 마시다 가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의 장인(匠人)이 되어 모든생활문화가 퍼져나가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카페 운영의 제1원칙은 ‘고객 감동’이다. 카페를 찾는 사람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대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 사장은 “카페를 하려는 사람은 우선 노력을 해야 한다. 부지런함은 성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93년 카페를 열기 위해 평일 유동인구와 주말 유동인구, 오가는 사람들의 이동경로 등을 3개월 이상 조사했다.

그 결과 신촌에서는 버려진 공간이었던 기찻길 옆 작은 양장점에서 카페 성공신화를 창조했다. ‘버려진 공간 중에 반드시 귀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장소를 구했다면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카페 인테리어의 원칙.

“자재는 좋은 것을 쓴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바꿔가야 한다. 손님의 눈길이 자주 닿는 곳이나 이동경로에는 반드시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장식을 한다. 무엇보다도 업자에게 맡기지 말고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는 “게으르고 값싼 재료를 쓰며 값비싼 것만을 권유하는 주인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