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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라이프 / 한강

입력
200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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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농구한판 뛰면 추위도 싹~ 가셔요"수은주가 뚝 떨어진 초겨울 한강변에 사람이 있기나 할까. 그것도 사방에 어둠이 깔린 야간에…. 그런데 ‘있다.’ 일몰이 지난 한강은 한낮의 번잡함이 없고 스카이라인이 뻗은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

강변도로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밤이면 다리의 불빛과 대형 건물의 조명이 강위에 비춰지는 야경은 황홀할 정도로 멋지다. 그래서 야간의 한강은 방해받지 않고 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연인이나 아직 잠자리에 들지 못한 인근 올빼미족에게 오히려 훌륭한 여가공간이 되고 있다.

■한밤의 데이트족

“둘만이 있는 자동차안에서 머리를 살포시 기대고 앉아 강물에 비치는 서울 야경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겁니다.”

색다른 데이트를 갖고 싶어하는 회사원 김만진(29)씨에게 한밤의 한강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인파가 몰리는 시내 중심가를 빠져나와 자동차를 몰고 일단 한강변에 들어오면 주위 눈치 볼 필요가 없고 차장너머로 펼쳐지는 서울 야경 때문에 분위기가 저절로 달아오른다는 것이다.

그는 동료나 친구에게도 한밤의 한강변을 권하고 있다. 지금의 여자친구와 첫 키스에 성공한 것도 한강변이었다는 게 김씨의 고백.

“서울 남산자동차극장에서 영화를 함께 감상한 후 가양대교 근처의 미리 장소를 찍어놓은 은밀한 곳에서 프로포즈를 했지요. 강건너에 빌딩 불빛이 반짝이고 대교의 아치형 곡선에서 현란한 조명등이 뿜어져 나오는 데 분위기가 저절로 달아올랐습니다.”

김씨처럼 어두워진 한강변의 자동차안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은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포 지구 인근의 인공섬 갈대밭이나 양화 지구의 풍성한 메밀밭, 조명등에 비춰진 아치형 곡선이 매력적인 가양대교옆 한강둔치가 연인들이 즐겨찾는 데이트 코스다.

자동차 데이트가 무료해지면 한강유람선이 데이트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현재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은 여의도, 뚝섬, 잠실, 양화 등 4개 한강시민공원.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유람선을 운항하고 있다. 유람시간동안 피아노공연이 펼쳐지며 정박중인 유람선에서도 스낵과 음료수를 즐길 수있다.

■달밤의 농구게임

23일 밤 10시 이촌 한강시민공원 농구장. 농구코트만이 야간조명등에 덩그러니 모습을 드러낸 시각에 20, 30대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근 테헤란밸리의 벤처업체에서 야근을 하다 인터넷사이트의 ‘번개팅’으로 농구게임을 갖기로 즉석 약속하고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인원이 됐군요. 시작해볼까요.”

남정욱(오마이러브 대표ㆍ35)씨가 준비해온 농구공을 허공에 힘차게 내던지자 곧바로 나꿔채려는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경기가 시작됐다. 최근들어 새롭게 등장한 번개농구게임은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채팅을 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곧바로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경기를 갖는 것. “지금 출발해 00한강시민공원 농구장에서 만나자”하는 식으로 약속이 이뤄진다.

밤근무가 잦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짬을 내기 어려운 벤처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남정욱씨는 “올해 초 밤늦게까지 근무하다 농구 마니아라는 네티즌과 채팅을 하게 됐다“면서 “지금 나와서 농구 한판 해보자고 제의했는데 성사가 돼 처음으로 달밤에 농구를 하게됐다”고 말했다.

번개농구게임이 아니더라도 한강시민공원에선 자정무렵까지 농구를 즐기는 마니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촌 한강시민공원에서 만난 방준희(재수생ㆍ20)씨는 “대입수능시험이 끝나 여유가 생겼고 야간에 주의 눈치보지 않고 농구를 할 수 있는 곳은 한강변이 거의 유일하다“면서 “경기가 끝나고 몸이 후끈 달아오른 상태에서 풀벌레 물벌레 소리를 들으면 대학입학에 대한 강박관념이 조금은 풀린다”고 말했다.

■밤조깅, 밤낚시도

새벽 조깅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저녁에 한강변을 찾는 밤조깅족이 늘었다. 요즘 한강변에 어둠이 깔리면 두터운 점퍼 차림으로 조깅을 하는 서울시민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한강변으로 이어진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이나 한강물이 맑아지면서 물고기가 늘자 양화대교, 올림픽대교 등의 다리밑은 밤새 낚시대를 드리우는 강태공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야간에 한강변을 찾는 이용객이 늘자 서울시는 한강다리 등 주요지역에 조명등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야간의 한강변은 안전요원이 부족해 이용객이 혼자 다니기가 꺼려진다.

한강시민공원 9곳의 체육ㆍ편의 시설물들도 대부분 일몰후에는 문을 닫아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편. 야간의 한강을 여가공간으로 이용하는 서울시민에게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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