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전문성 접목' 내심은 '출세욕'대학이 또 다시 정치바람에 휘말려 들고 있다.
정치권이 일찌감치 대선국면에 돌입하면서 세(勢) 과시를 위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교수영입 경쟁과 일부 교수들의 줄대기 행태가 벌써부터 파다하게 입에 오르고 있다.
대학과 정당관계자들은 이미 예비 후보군의 캠프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교수들이 300명은 족히 넘는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대선 때마다 유력 후보측에 가담했던 ‘전문 정치교수’들도적지 않다.
연세대의 한 소장교수는 “교수사회에서 ‘누구는어느 편에 섰다더라’ ‘나는 왜 연락이 없는 거야’라는 등의 설왕설래가 크게 늘고 있다”며 “심지어 선택을 달리한 같은 과 교수들끼리의 갈등 양상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교수들의 정치참여는 전문성의 접목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대개 정치권의 구색 갖추기에 일부 교수들의 출세욕이 결합된 형태로 이뤄져 대학가를 정치바람으로 오염시키거나, 학자들이 정치소모품 정도로 희생돼 온 것이 사실. 서구에서 일반화한 전문가 충원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눈총을 받는 것은 교수들이 앞 다퉈 유력 주자에게 먼저 추파를 던지는경우.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최근 안면있는 의원, 당료들을 통해 당 국가혁신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교수가 20명도 넘는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도 “지명도높은 정치지향 교수들의 대부분은 이미 유력한 한ㆍ두 후보 진영에 줄을 선 상태”라고 교수사회의 권력지향성을 꼬집었다.
정치권의 교수충원이 일반 정치꾼과 마찬가지로 지연·학연중심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한양대 K교수는 “얼마 전 대학선배의원으로부터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선후 중용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이미 캠프에 합류했다는 동문교수 10여명의 이름도 거명됐다”고전했다.
서울대의 한 원로교수는 “상당수 교수가 지식인으로서의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보스의 하수인 정도로 전락하고 있다”며 교수사회와 정치권의 자제를 당부했다.
유성식기자ssyoo@hk.co.kr
이민주기자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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