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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탐구 / '가을에 만난 남자'의 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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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탐구 / '가을에 만난 남자'의 은재

입력
2001.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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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이혼녀. 젊은 여자와사랑에 빠져버린 남자를 용인할 수 없어서 20대가 끝나갈 무렵 스스로 이혼을 선택했다. 유학을 떠나 영화를 공부했고, 돌아온 그는 영화사 기획실장이라는명함을 얻었다. 세련된 감각과 활동적인 일이 있기에 ‘이혼녀’라는 정체성은 그에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MBC 미니시리즈 ‘가을에 만난 남자’의은재(이승연). 이혼녀인 은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이혼녀는 누구의 잘못인가와는 상관없이 무작정 소박당한 여인이라는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자기자신을, 혹은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한 대안으로도 여겨질 정도로, 이혼에 대해 너그러워졌다.

하지만 이혼녀 은재와 자유분방한 이혼남수형(박상원)과의 사랑은 왜 이리도 힘든지. 이혼의 상처를 공유한다는 점 말고는 은재는 수형을 감당하기에 너무 고루하다. 자신을 사랑한다면서도전 부인과 사랑도 우정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는 수형을 은재는 이해하기 힘들다. 사랑한다며 동거를 시작한 자신과 외식하던 자리에서 전 부인의 전화를받고 자리를 뜨는 수형을 쉽게 이해할 만한 여자도 드물기는 하겠지만. 게다가 돈 많은 중년의 윤섭(이정길)이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며주위를 맴돌고 있으니.

밋밋하고 지리한 삼각관계를 끌어가는은재의 어정쩡한 태도는 깔끔하지 못하다. 과연 그가 주체적으로 이혼을 선택할 정도로 결단력이 있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오히려 한 남자에게 전적으로의존하고 그를 독점하려는 고지식한 욕심이 강한 것 같다. 사회적 시선보다 스스로 이혼녀라는 틀에 갇혀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은재와 수형의 관계는 단지 둘 사이의사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장벽에 부딪히게 됐다. 이혼남인 아들의 허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들의 여자가 이혼녀라는 사실은 참을수 없는, 지극히 보수적인 수형의 부모다. 과연 우리 사회가 이혼에 너그러워졌을까. 은재는 아직도 남아있는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기에는 너무 약해보인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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