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인기인이나 유명 인사를 손가락질 하며 '저 친구 저거 가발이야'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이미지와 용모 관리가 중요한 유명인들이 벗겨진 머리를 가발로 가린 것을 흠잡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마치 중대 결함이나 비리를 감춘 흑막을 들추기라도 하듯이 비아냥대며 즐거워하는 기색들이다.
대중적 인기 등 이른바 사회적 권력을 누리는 이들의 가려진 약점을 간파하고 있다는데 은근한 만족과 우월감을 느끼는 지 모른다.
■이런 심리를 공유한 때문인지 가십에 어두운 필자도 가발 쓴 유명인을 제법 안다.
터프한 이미지의 중견 탤런트와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트로트 가수, 만년 청년 같은 가요프로그램 붙박이 MC, 토론 전문 중견 방송인, 대권 후보 반열에 든 정치인 등이다.
이들이 가발을 벗으면 이미지가 어떻게 바뀔까를 상상하면 세상이다 아는 가발을 고수하는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의 축구 영웅 보비 찰튼과 가수 엘튼 존도 최신 가발과 식모(植毛)수술에 유별난 정성을 쏟았다니, 대머리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이 비슷한 모양이다.
■ 원래서양에서 가발은 경륜과 힘을 함께 상징했다.
왕과 귀족, 국회의원, 법률가 등이 회색 가발을 착용한 관행이 그 것이다. 그런데 탈 권위주의 시대에도 남성 가발을 애용하는 이유가 대머리를 성적 능력 감퇴와 연결짓는 잠재 의식 때문이란 심리학적 분석이 흥미롭다.
대머리가 성능력이 좋다는 속설이지만, 정작 남성 자신들은 머리가 벗겨지는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 사이 성능력도 빠르게 감퇴하는 것을 동일한 노화 징후로 여긴다는 것이다.
■ 외모에 자신있는 남성일수록 대머리가 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좋은 가발을 열심히 찾는다고 한다.
성적 매력에 한층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매력을 직접 평가하는 여성들은 상대의 대머리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속설을 믿는 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재미있다.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 사퇴에 이어 총재직 폐지까지 거론되는 정치 상황에 뜬금없이 대머리와 가발의 심리학이 생각났다.
여성과 국민이 좋다면 좋은 것이다. 그게 정치의 심리학일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