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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파라다이스 빌라' 현실 망각한 그에겐 핏빛 광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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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파라다이스 빌라' 현실 망각한 그에겐 핏빛 광기가…

입력
2001.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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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는 어떻게 일상으로 전염되는가.‘파라다이스 빌라’는 작은 빌라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통해 광기의 실체를 드러내려 했다.

‘스무살’(조한준) 청년이 이 빌라를 서성거리지만, 아직 그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빌라 거주자들의 지긋지긋한 일상이다.

주인집 남자의 섹스 파트너로 월세를 대신하는 옥탑방 소녀(장민아), 피아노 강사(하유미)와 펀드 매니저(이진우)의 관습적인 불륜, 유명에로 배우를 닮은 나이트 클럽 가수, 정수기 한 대를 팔기 위해 공용 물탱크에 흙을 쏟아 붓는 세일즈 우먼.

‘파라다이스’라는 빌라의 이름은 그 대척점에 서 있다.

작은 빌라의 이웃들은 치정과 돈으로 얽히고 설키며 서로를 갉아 먹는다. 차라이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더 깊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아마 나른한 일상에 숨은 욕망의 거래 지점을 포착하는 것으로 감독의 이름이 허명이 아님을 증명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 등을 선보인 탄탄한 중견 박종원 감독은 삶의 더께를 걷어낸 리얼리즘의 영화를 요즘 세상의 정서와 연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 것 같다.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사이버 무기를 훔쳐간 자를 찾아내기 위해 스무살은 이 빌라로 침입한다.

귓전에 울리는 테크노 음악의 빠른 비트에 맞춰 살인은 연쇄살인으로 비화한다. 사이버 세계에 영혼을 빼앗긴 젊은이의 영혼을 추격하는 데 영화는 허덕거린다.

그래서 비교적 빠른 카메라 워크와 테크노 음악으로 덧칠한 후반부의 살인풍경이 오히려 진부한 느낌을 준다.

자신이 설치해 놓은 몰래 카메라에 죽는 장면이 녹화되는 주인집 아들의 아이러니한 죽음조차 작위적 장치에 가려 신선도가 떨어진다.

하드 고어로 포장된 인간의 광기를 효율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한 탓이다.

‘새롭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절대 선일 수 없듯, 감독에게도 그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감독의 노력은 시도만 보일뿐 뚜렷한 결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 속 ’스무살’ 이 빠졌던 게임 '헬브레스' 의 제작사가 “자신의 회사이미지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제기(무효 판결)하는 바람에 개봉이 늦어졌다.

컴퓨터에 빠진 신세대를 통해 인간의 광기를 추적한다. 그러나 숨이 가쁜지 비틀거린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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