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이 여야의 대선후보로 나와 대결구도를 이뤄도 지역감정은 작용할까. 가령 야당에서 이회창 후보가 나오고, 여당에서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이 후보로 나오는 경우를 예로 든다면 말이다.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상황을 대입한다면, 대체로 그렇게 될 것 같다.
■당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던 지금의 여당 후보는 호남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야당의 후보는 영남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당이 나와 영남 출신을 후보로 옹립한다 해도, 여당과 대립 각을 세울만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면 영남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정치적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여론의 향배도 그렇게 나온다. 여당=DJ정당이라는 인식이 그 반대 인식을 낳고, DJ정권 5년의 작용이 그 반작용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단 1명이라도 이회창이름 밑에 동그라미를 치는 분이 있는 한 우리 당은 호남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총재의 말인즉슨 옳다. 지지도 높은 지역만 돌아다니는 정당을 두고 전국 기반의 정당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DJ맨 한화갑씨가 영남을 꾸준히 갈고 있고, 영남출신 김중권 노무현씨가 DJ당에서 말발을 세우고 있는 것도 지역감정 순화에 도움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에서 지역감정은 영남 출신인 박정희가 정권을 잡으면서 표면화 했다.
박정희의 대칭으로 '호남의 DJ' 가 생겼고, 그 영향을 받아 '영남의 YS' 가 생겼으며, 덩달아 '충청의 JP' 가 생기면서 본격화했다는 게 정설이다.
3金이 정치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지역감정이 심화한 것이다. 독재정권과 싸우기 위해 지역감정을 불쏘시개로 이용한 측면, 그 불가피성을 접어둔다 하더라도 지역감정이 3金 정치의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3金이 완전무결하게 퇴장 할 때 비로소 지역감정 해소의 실마리가 풀리게 될 것이다.
3金의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해지고 있음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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