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익준(嚴翼駿) 전국정원 2차장인가,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인가’지난해 4ㆍ13 총선 때 진승현(陳承鉉ㆍ28)씨가 자금을 제공한 내역인 ‘진승현리스트’ 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진 게이트’ 배후 몸통이 누군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국정원 내부 관계자들은 검찰의 ‘진게이트’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황상 김 전차장이 배후 인물로 굳혀지자 엄 전차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월7일 간암으로 국정원 2차장을 사직한 뒤 한달 만인 5월 초 작고한 엄 전차장에게 책임을 돌려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엄 전차장의 개입 가능성은 ‘이용호 게이트’로구속된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 국정원이 삼애인더스의 주가조작과 관련된 “보물선사업을 엄 전차장의 지시로 알아보게 됐다”고 진술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당시는 김 전차장과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의 ‘진 게이트’ 개입에 대한 검찰재수사가 이뤄지기 전이어서 김 전 단장의 진술은 김 전 차장 등을 보호하고 작고한 엄 전차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엄 전차장은 1999년 10월 모 종합병원에서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건강상 외부 활동에 적극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엄 전차장이 지난해 4ㆍ13 총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엄 전 차장은 한창 총선 업무를 챙겨야 할 지난해 2월께 이미 ‘시한부 선고’를받아 엄청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업무를 봐야 했을 정도였으며, 4ㆍ13 총선 전인 4월7일 국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국정원 내부 관계자들이 “엄 전차장은 총선훨씬 전부터 총선 업무 등을 당시 대공정책실장인 김 전 차장에게 위임한 상황이었다”며 “2차장이 국내파트의 지휘관이라면 대공정책실장은 야전사령관이어서 당시는 김 전차장이 사실상 총선업무를 관장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통한 내부 소식통은 “설령 엄 전차장이총선에 관여했더라도 자신의 심복으로 정치통인 L과장을 통해서 개입했지 정성홍 과장에게 시켰을 리 없다”고 단언했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김 전차장과 정 정과장이 진씨의 막대한 자금을 총선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김 전차장 측이 엄 전차장을 내세워 책임 회피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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