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총재직 폐지를 검토하는 배경은 우선 당내 민주화 의지를 부각시킴으로써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거듭나게 하는 계기로삼겠다는 것이다.민주당이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총재직 폐지를 확정할 경우 헌정 사상 처음으로 1인 중심의 지도체제를 변경한 여당이 된다.
한 당직자는 “여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에 발 맞춰 총재직 폐지를 결정할 경우 정당정치가 혁명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직을 겸직하는 관행이 제도적으로 바로 잡아 질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우리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대통령의 집권당 총재직 겸직이었음을 감안하면 민주당 총재직 폐지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 당직자는 “당장 미국처럼 원내 중심의 당 운영을 하기는 어려우므로 일단 집단지도체제를 택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당의 분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권력 분점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총재 폐지론과 맥이 닿아 있다. 한 대선주자는 “전부아니면 전무(全無) 식의 1인 체제가 유지될 경우 대선후보 경선을 전후해 일부 인사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최고위원 제도를 도입, ‘준(準) 계보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단일지도체제를 택할 경우 부작용이 따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권ㆍ대권 분리론자들도 총재직 폐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총재와 대선후보가 분리될 경우 대선을 효율적으로 치를 수없다는 주장도 총재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당직자는 “총재와 대선후보가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에 설 경우당에 머리가 둘이 되므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며 “집단지도 체제를 도입할 경우 대선후보와 대표가 자연스럽게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고말했다.
당내에서는 이처럼 주류ㆍ비주류 구분 없이 총재직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혁성향 의원들 중에도 상당수가 총재직 폐지를주장하고 있다.
총재직이 폐지될 경우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모든 당무에 대해 협의하는 집단 지도체제 방식이 있고, 또 하나는 대표가 일상 당무는 단독으로 집행하고 주요 당무에 대해서만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형태가 있다.
그러나 총재직을 폐지할 경우 대선을 앞둔 전열정비에서 구심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최종결론을 내리기에앞서 당내외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대선주자 대체로 솔깃
총재직 폐지를 놓고 대선주자들은 이해득실과 개혁의 명분 사이에서 견해가 엇갈린다.
대표적 폐지론자는 정동영(鄭東泳)상임고문. 그는 “카리스마적ㆍ구시대적 총재직을 없애는 것이 가장 상징적인 제도 쇄신”이라고 꼽았다.
정 고문은 “정당의 중심을 국회에 두고 원내총무가 대표 역할을 해야 한다”고주장한다. 당권 개념은 아예 사라지고 의원 개개인의 비중이 높아지는 체제다.
노무현(盧武鉉) 박상천(朴相千)상임고문은 총재직을 없애고 최고위원들이 지도권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한다.
1인 지도를 소수지도로 대체하고, 정 고문의 주장을 보완하는안이다.
박 고문은 “총재 체제로는 경선 이후 당이 분열될 우려가 있다”며 대안으로 대표에 약간 무게가 실린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했다. 노 고문은 최고위원들이 대등하게 합의하는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옹호한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총재-후보 겸임’을 주장해 온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은 “총재직철폐를 전향적으로 생각한다”며 수용입장을 보였다.
실질적 당권을 쥔 총재 자리는 양보할 수 없지만 권한집중이 덜한 지도체제에 대해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의원 사이에서 제1의 당권후보로 꼽히는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은 총재직 폐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 고문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한 측근은 “집단 지도체제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은 중ㆍ장기적으로 1인지도체제 혁파를 주장하며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은 유보적 입장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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