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업위기의 본질은 한마디로 쌀수급의 불균형이다.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데생산량은 늘어나 재고가 1,000만섬에 이르고 있다. 국내 쌀도 다 소화를 못하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값싼 외국 쌀이 대거 들어올 태세다.
전문가들은 개방이 대세인만큼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대신 농가손실은 보전해 주는 쪽으로 정책 선택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추곡수매가가 우리 농업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 이행계획에 따라 추곡수매량은 전체 양곡생산량의 15%까지 낮아졌으며 수매보조금도 매년 750억원씩 줄여야 한다.
결국 수매가격을 높여봐야 수매량이 줄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돌아갈 몫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수매가격 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앞으로 농업정책의 초점은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선에서 어떻게 소득지지(농가소득보전)정책을수행하느냐에 모아져 있다.
우선 농림부는 논농업직불제의 지원 수준을 내년 2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산간이나 해안지역 등 불리한 여건에서 농사를 짓는 농가에 지원하는 조건불리 직불제와 농가소득이 평년 수준에 못 미칠 경우 이를 보장해주는 소득안정직불제 등 다양한 형태의 직불제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농림부는 한해 소득이 최근 3~5년 사이의 평균 소득에 못 미칠 경우 최고 85%까지 보장해주는 캐나다의 순소득 안정계정 프로그램(NISA)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휴경제와 전작보상제 등 생산조정제의 도입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중심으로 민간 유통기능을 활성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쌀 수급을 시장논리에 맡길 경우 경쟁이 촉발돼 쌀 계열화 및 브랜드화 등으로 품질개선과 소비기반을 넓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RPC가 농민들에게 선수금을 주고 쌀을 구입, 이를 판매하고 난 뒤 사후에 정산하는 수탁판매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임정빈(任整彬)박사는 “UR협정 하에서도 정부가 RPC 융자를 통해 얼마든지 농가를 우회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 농림부는 2004년까지 돼 있는 농특세를 연장하는 한편 2004년까지 잡혀있는 45조원 규모의 투융자계획의 우선 순위를 농가소득안정과 복지분야에 맞출 수 있도록 재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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