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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농촌 / 日 8년째 농촌 구조조정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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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농촌 / 日 8년째 농촌 구조조정 '여유'

입력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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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언론에는 농림수산성이 내년도 추곡수매가를 올해보다 2.8% 낮추기로 했다는 보도가 일제히 실렸다.추곡수매가 인하는 올해로 6년째.그러나 어떤 농민시위도 정치권의 반발도 없었다.

우리 상황은 정반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째 평균 4%씩 추곡수매가를 올렸다. 그런데도 농촌경제는 더욱 피폐해져 가고 농민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예외없는 시장개방의 파고에 직면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발은 같았다. 1993년말 우루과이 라운드 농업협상이 완전 타결됐을 때 우리나라와 일본은 각각 일정 기간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시간을 벌었다"면서 기존 정책의 틀에 안주해 있을 때 일본은 곧바로 긴급농업 농촌대책본부를 조직해 농업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95년 일본은 생산량 전부를 정부가 수매하던 '식관법(食管法)'을 포기하는 대신 비축미를 뺀 나머지 물량은 모두 상인이나 농협 등을 통해 시장원리에 따라 판매하는 '신식량법(新食量法)'을 도입했다.

또 농업위기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6조100엔에 이르는 UR대책 재원도 확보했다.

이런 준비를 바탕으로 일본은 추곡수매가 인하와 이에 따른 농가소득안정 프로그램 작동 과 농업경쟁력 강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일본의 올해 수매가는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 당시인 1986~88년 기준년도의 평균 수매가보다 16.7% 떨어진 상태. 이와 달리 우리는 같은 기간 수매가가 2배 이상(116%) 껑충 뛰어 국제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일본은 당초 개방일정보다 1년8개월을 앞당겨 99년8월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추곡수매가 인하와 품질향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470%정도의 관세를 매긴 외국쌀이 비집고 들 틈이 없었다.

99년 225톤에 이르던 외국쌀 수입량은 2000년말에는 98톤으로 오히려 줄었다.

벼농사에만 매달리는 농가가 적다는 점도 시장충격을 흡수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의 경우 농업외 소득이 절반 정도(52%)인 것과는 달리 일본은 관광업과 음식점 운영 등 겸업 등을 통해 82%를 농업외 소득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생산규모를 줄이려는 노력 덕분으로 일본 전체 농지의 30% 이상이 휴경지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지속적인 간척사업과 휴경지 보호를 통해 우량농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연구원은 "친환경농업의 확산과 급격한 세계인구 증가로 20년 후에는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는 장기전략 차원에서 일본이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기 힘든 쌀농사 기반을 착실히 구축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에 쌀이 남아돈다고 농지전용과 개발론 등을 들고 나오는 우리나라의 일회용 접근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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