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처럼 매끄럽고 종이보다 얇고 가벼우며 땀을 숨 쉬듯 배출하면서도 박테리아같은 외부 물질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꿈의 섬유….바로 세계적으로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나노섬유(nanofiber)다.
나노섬유는 지름이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한 초극세(超極細)실로 인조피부나 의료용 붕대, 생화학무기 방어용 의복, 배터리의 전해질 등 활용범위가 거의 무한대이다.
현재 나노섬유 상용화가 가장 구체화하고 있는 분야는 생화학방어복 제조 분야.
나노섬유는 미세입자나 박테리아는 통과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내부의 땀은 배출하는 호흡성이 있어세균 등의 침투를 막는 방어복으로 제격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생화학테러 대응용으로 개발해 시범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MIT, 애크론대학 등도 나노섬유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선 상태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 전북대 섬유공학과 김학용 교수팀이 100나노미터 수준의 섬유를 양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섬유는 외국 것에 비해 50~200배 가늘어 피부감촉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당 20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이 때문에 방탄조끼나 군용 헬멧, 산업용 필터 등의 초강력 보강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팀은 한 발나아가 옹스트롬(100억분의 1m) 수준의 분자섬유를 제조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나노섬유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고분자물질을 원료로 사용하지만 실을 뽑아내는 방법은 같다.
보통 섬유는 가래떡을 뽑아내듯이 0.12~0.2㎜ 크기의 구멍들 속으로 섬유원료를 밀어넣고 높은 압력을 가해 긴 실을 만들어낸다.
반면 나노섬유는 고압 대신 전기장을 가해 뽑아낸다. 이를 전자방사(electrospinning)방식이라고 한다.
원료인 고분자물질에 고전압 전기장을 걸면, 원료물질 내부에서 전기적 반발력이 생겨 분자들이 뭉치고 나노 크기의 실 형태로 갈라진다.
전기장이 강할수록 가늘게 찢어지기 때문에 10~1,000 나노미터의 가늘기로 실이 뽑아진다.
이렇게 뽑은 실을 일일이 짜서 천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나노실은 별도의 직조과정 없이 함께 모으기만 하면 서로 얽혀 천이 된다.
나노섬유는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엄청나기 때문에 필터용으로 쓰면 탁월한 여과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전도성을 지닌 고분자를 나노섬유로 제조해 유리에 코팅하면 햇빛의 양을 감지해 창문의 색을 변하게 하는 ‘스마트(똑똑이) 창문’도 가능하다.
전도성 나노섬유는 또 리튬이온 전지(휴대폰 배터리 등에 일반적으로 쓰는 전지)의 전해질로 사용할 경우, 전해액의 누출을 막으면서도 전지의 크기와 무게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생체조직과 흡사하게 만든 인공단백질로 나노섬유를 만들면 상처가 아물면서 바로 몸 속으로 흡수되는 붕대나 인조피부도 만들 수 있다.
산업자원부 지원으로 나노섬유 상용화 기술을 개발중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조성무 박사는 “나노섬유는 전세계적으로 아직 실험실 수준의 초기 개발단계이기 때문에 우리도 노력에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기술을 주도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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