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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돈에 대한 자세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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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돈에 대한 자세도 가지가지

입력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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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웨덴, 중국, 한국 세 나라에서 모두 살아 보았다.각 나라들의 문화적 차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 생각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식사 초대를 예로 들어보겠다.

스웨덴에서 직장 동료 10명이 함께 밖에서 식사를 하면, 한국의 회식자리와는 매우 다른 풍경이 벌어진다.

계산할 때가 되면 아무도 "내가 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대신 각자 얼마를 내야 하는지 계산하기 바쁘다. 계산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으면 각자 정확히 10분의 1에 해당하는 값을 치른다.

모두 다른 음식, 다른 음료를 주문해 계산이 복잡해져도 마찬가지다.

포도주 5병을 주문했다면 각자 몇 잔을 마셨는지 세어본다. 물론 각자 지불해야 할 금액을 계산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또 남성이 여성을 초대했을 경우에도 으레 초대한 남성이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초대 받은 여자가 자기가 먹은 것은 스스로 계산하겠다고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담배를 한대 빌리더라도 다음날 돌려주지 않으면 "언제 돌려줄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스웨덴의 담뱃값이 약간 비싸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이런 사례들이 한국인에게는 어색하게 들릴 것이다.

아시아지역에 꽤 오래 살아온 나도 이런 개인주의적인 계산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한국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나는 중국인들로부터 여러 번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중국에선 다른 사람을 초대,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가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업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주요인사나 공직에 있는 사람을 고급스런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유흥가 방문 코스를 포함하는 저녁식사 약속이 사업상의 이유로 성사된 경우 거래라는 이해관계가 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많은 식사자리에서 한 사람이 계산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의도인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분석을 해봤다.

대부분 한국의 장년들은 가난한 시절을 경험했고 몇 십년 동안 경제적 격변을 경험했다. 이들은 너그러운 자세로 돈을 쓰지 않으면 탐욕스러워 보이지나 않을까 두려워 하는 것 같다.

스웨덴에서 학교를 다닐 때 도덕 교과서에서 아시아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밥알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고 배웠다.

학생들에게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우려는 의도였으리라. 하지만 그 교과서 작성자가 지금 중국과 한국을 보면 놀랄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손님이 먹을 것을 남기면 주인은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님이 음식을 남기려 하지 않는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음식을 남김없이 먹으면 "양이 부족했나"라고 생각해 주인이 추가로 음식을 가져온다.

한국의 중고품 가격이 스웨덴에 비해 엄청나게 싸다는 것에 놀랐다. 이는 중고품을 사려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보통 승용차를 20년 정도 탄다. 하지만 한국에선 겨우 5년이 지난 중고차도 스웨덴의 4분의 1에 불과한 몇 백만원에 거래된다.

스웨덴에서 내가 살던 지방의 한 고위 정치가가 모든 공식 모임에 25년 된 볼보를 몰고 다녔던 것을 기억한다.

스웨덴에서는 승용차를 한번 구입하면 아주 오래 탄다. 때문에 빛이 바래 원래 색깔이 뭐였는지 알기가 힘들다.

사람들이 돈을 관리하는 방법도 나라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은 은행계좌에 돈이 별로 없다.

얼마의 저축이 있다면 아마도 다가오는 휴가를 위한 여행 경비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스웨덴에서는 없는 수 많은 행사를 위해 돈을 저축한다.

딸의 혼수자금, 자녀의 대학등록금, 퇴직금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비까지.

/스벤 울로프 울손 스웨덴인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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