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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약경제'의 魔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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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약경제'의 魔手

입력
200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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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 경제팀이 국내 경제부진에 관해 언론의 핀잔을 받을 때마다 꺼내는 방패가 있다.'해외를 보라'는 것이다. 외국에 비하면 우리 성적이 한결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말인즉 옳다.

일본은 말할 것 없고 싱가포르 대만 등 경제강국들마저 마이너스 성장으로 죽을 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세계적 불황 속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국가신용등급 상향 표창도 받았으니 경제관료들이 큰 소리를 칠만도 하다.

그래서 경제팀에 대한 인사권자의 애정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얄팍한 '상술'이다. 경제팀이 말하는 상대적 A학점 성적표의 한 꺼풀만 벗겨 보면 당장 치부가 드러난다.

그것은 공적자금이라는 마약이다. 이 달콤한 마약은 어제도 오늘도 우리 경제 혈관에 계속 주입되고 있다.

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자금이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니 바늘을 찔러대기도 한참 찔러댔다. 그만한 돈을 집어주고 경제를 해보라고 하면 아마 삼척동자도 "저요, 저요" 손을 들고 나서겠다.

■그 바람에 나라재정의 도끼자루가 썩어 문드러지고 있지만 경제팀에는 당장의 '성적론'이 우선이다.

공적자금에 은행들이 반기고 부실기업들이 박수를 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에 관료들이 욕먹고 나설 이유도 없다.

그 동안 공적자금에 관해 아무리 말을 바꾸어도 '철밥통’이었는데 하물며 앞으로 1년쯤이야….

다음 정권에 썩은 도끼를 넘기든 금도끼를 넘기든 그 때 손을 툭툭 털면 그만인 것이다.

■경제 부총리가 어제 이상한 말을 했다. '경제를 살리는 게 급하기 때문에 2003년 균형재정 목표에 매달릴 수 없다'고 했다 한다.

그 말도 일견 그럴싸하지만 전력에 비춰보면 또 하나의 말바꾸기다.

그 동안 국민들로부터 개혁에 시한을 두지 말라고 다그침을 받더니만 이제 건전재정 문제를 그런 식으로 풀어 가려는가 보다.

빚 얻어 빚 갚는 중독에 빠진 공적자금은 더 이상 국민에게 손 벌리기도 민망하니 신약 처방을 내놓는 것인가.

최근 정치권마저 여야 할 것 없이 감세 경쟁에 나선 것을 보면 내년 선거를 앞두고 '마약경제'는 더욱 깊어질 모양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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