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국제무대에 서고자 했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구상이 다소 차질을 빚고 있다.이 총재는 러시아 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의 잇단 면담, 대학 연설등을 통해 ‘동아시아 다자 안보협력체 구성’을 제의하는 등 한반도 평화 및 동북아 안보에 대한 나름의 구상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이 같은노력은 러시아측의 ‘관심 사항’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총재가 만난 러시아측 인사들의 한결 같은 관심은‘경제’였다.
마트비옌코 부총리 등은 “러시아가 북한의 화력발전소 현대화를 위해 투자한 돈을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채무의 일부로 변제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뒤 “러시아는 빚을 갚아서 좋고, 한국은 인도적 입장에서 북한을 지원해서 좋고, 북한은 에너지 기반을 확충해서 좋은 게 아니냐”며 이 총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채무 변제의 시기와 방법 등은 양국 정부가 충분히 협상,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며 예봉을 피했지만 곤혹스러움을 떨칠 수 없었다.
분명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데다,자칫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비춰질 경우, 한러 관계 개선이라는 방러 목적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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