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사이드 지음ㆍ성일권 편역뉴욕에서 발생한 9ㆍ11테러에 대해 미국은 ‘인류적범죄 행위’, ‘문명에 대한 야만의 도전’ 등으로 간주하고 보복 전쟁을 통해 피의 보복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생존하는 가장 저명한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에드워드 사이드(66)는 분명히 말한다.
“9ㆍ11테러는 일부 종교적 광신자들에 의한 단순한 테러일 뿐, 전체 아랍 이슬람 세력이 주도하는 문명적, 종교적 음모가 담긴 사건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시온주의자들과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아랍인을 핍박하고, 나아가 시온주의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사이드는 1978년에 출간한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동양은 서양보다 열등하다’는 유럽 중심적 편견과 제국주의적 음모를 밝혔다.
영국 식민지 하의 팔레스타인인으로 태어난 그는 유년기를 이집트 카이로에서 보내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뒤 현재 뉴요커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위험하고 불안한 동ㆍ서양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의 사상에는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중간적 존재’로서의 고뇌가 담겨 있다.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은 사이드가 백혈병과 사투를 벌이면서 쓴 글들의 모음이다.
18편의 글 중 5편은 9ㆍ11테러 이후에 쓰여진 것들이다. 그는 테러의 원인과 배경을 진단하고, 아랍 문제에 대한 지식인의 편견과 독선을 지적하며, 진정한 지식인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하고자 했다.
미국 사회에 반 아랍-친 이스라엘 편견을 조장해 온 시오니즘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9ㆍ11테러의 직ㆍ간접적 원인이 된 이스라엘과 아랍의 뿌리깊은 갈등의 문제점과 평화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이 책에 실린 글을 통해 하고자 것은 비판적 자기 성찰력을 상실한 미국 사회에 대한 준열한 비판이다.
또 미국의 일반 시민들이 지배층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비판적 안목을 가진 시민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촉구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우월성에 바탕을 둔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의 이런 이론이 서구사회의 분노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9ㆍ11테러는 ‘문명의 충돌’이 아닌 ‘무지의 충돌’이라고 설파했다.
또 서구적 입장에서 이슬람을 묘사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V. S. 나이폴을 ‘지적 파탄자’라고 비난했다.
겉으로는 공정 보도를 가장하면서도 아랍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에 대해서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얼치기 지식인’이라는 인신 공격적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지식인의 가면을 쓴 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실과 사실을 임의로 왜곡함으로써 수많은 아랍 민중에게 피와 눈물을 안겨 주었다는 게 사이드의 주장이다.
이 책은 아랍 이슬람 지역에서 충돌을 유발하는 자들에 대한 강력한 비판서인 동시에 그들과 세계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담은 대안서이다.
사이드는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해 “지식인은 불의에 저항해야지 이해관계에 따라 현실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은 인류의 화해와 공존을 위한 지식인의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라고 결론지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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