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가락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교원 정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사는 착잡하다 못해 절망이다.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은 교원정년 단축이 3년도 못되어 연장된다니, 대체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나.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으니 수십만 교직자들은 어떻게 인생설계를 할 것인가.
억울해도 개혁이란 대의에 떠밀려 정년단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퇴직 교원들이 느낄 배신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원 정년단축은 IMF 구제금융체제 아래서 정부와 국민이 참담한 고난에 처했을 때 고통을 나누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나누어 주자는 뜻에서 주저 없이 받아들인 개혁정책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국가경제의 어려움이 여전하고 수 많은 예비 교사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득권자의 이익을 지켜주려는 야당의 처사는 교직자표를 노린 얄팍한 정략이라는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내건 연장의 명분은 교원부족 해소다.
교원부족은 인력자원이 부족한 초등학교에 국한된 일이고, 중ㆍ고교에는 큰 문제가 없다.
정년단축이 초등학교 교원부족의 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더 큰 원인은 명예 퇴직이었다.
정년을 몇 년 앞둔 교사들이 퇴직하면 65세까지 근무한 것과 같은 퇴직금 혜택을 주어 정부가 고령 교사들을 몰아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야당이 정년연장을 교원부족 해소의 신약(神藥)으로 믿었단 말인가.
정년 1년 연장으로 교단에 남게 될 인원은 2,000여명이라 한다.
그나마 담임을 맡고 수업을 할 평교사는 400명을 넘지 못한다. 그 인원이 교단에 남는다면 교원부족 해소에 부분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 교육의 발전을 바란다면 명예퇴직제 중단, 중ㆍ고교 교사 신규임용 증원, 정상적인 초등학교 교원수급정책 등을 촉구하는 것이 더 급하다.
무리는 있었지만 지금 교단은 몰라보게 젊어졌다.
종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50대 교장, 40대 교감이 나오고 있다. 교육을 바꾸어 보려는 젊은 학교 경영자들의 의욕에 고무된 학부모들이 덩달아 학교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 국민이 오래 바라던 변화다.
이런 변화를 부정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다수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똑 바로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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