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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 서울대 벤처동아리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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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 서울대 벤처동아리 '훨'

입력
200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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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한번 잘해보겠다고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퍼붓는 게 우리네 일상이 돼버렸다.영어 강박증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스타크래프트’라는 영어 단어가 나오면 반색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까.

서울대 벤처동아리 ‘훨’이 최근 스타크래프트 게임 용어를 이용해 영어 단어를 익혀나갈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 한 판으로 영어끝장내기’(황금가지 발행)를 펴냈다.

책 출간을 자축하면서 서울 삼성동 주택가의 작업실에 모인 ‘훨’의 멤버들을 만났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장인배(30)씨와 LG-EDS시스템에 근무하는 전영선(30)씨, KTB자산운용에 근무하는 김문영(30)씨, 그래픽 디자이너 송주현(28)씨다.

‘훨’은 ‘훨훨 날아오른다’는 뜻으로, 또 요즘 젊은이답게 속어 표현을 끌어와 ‘훨낫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게 됐느냐고 묻자 서로 담아뒀던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장인배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거든요. 제가 맡은 아이들이 공교롭게도 대부분 공부에 관심이 없는 쪽이었어요. 그런데 수업시간에는 풀이 죽어 있던 아이들이 공부만 끝나면 PC방으로 달려가 스타크래프트에 열중하는 겁니다. 그래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게임 용어들을 인용해 봤어요. 그러니까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똑같은 문법이나 단어를 설명하는 데도 더 쉽게 이해하고 즐거워했어요. 제가 경영학도 잖아요. 단어책을 써서 팔아봐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런 일을 하려면 여럿이 함께 하라는 교수님이 권고하셔서 친구들을 끌어 모았죠. 저는 기업체에서 잠깐 일하면서 전자영어사전을 개발한적이 있고요, 문영이는 ‘걸어다니는 사전’으로 통하거든요. 영선이는 외국에서 오래 거주한 경험이 있어서 세세한 어감을 잘알고 있고요.

▲김문영 직장을 다니니까 여유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좋은 일을 해보자고 인배가 졸라대는 통에 시작했어요. 게임에는 수많은 영어 단어가 나오고, 게임을 하면서 이 단어를 수없이 반복하게 되거든요. 단어를 잘 외지 못하는 학생들한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주현 저는 컴퓨터그래픽도 할 줄 알고 게임도 할 줄 아는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합류했어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모두 함께 모여서 서너 시간씩 게임을 하면서 회의를 했어요. 처음에는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게 즐거웠지만 그것도 일이 되니까 점점 괴로워지더군요.

▲장인배 서로게임에 등장하는 종족을 나눠서 용어를 찾았어요. 저는 프로토스 종족을 맡았고, 영선이는 저그 종족의 대사를 맡는 식이었죠. 인터넷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는데요, 인터넷에서 찾아낸 게임 용어도 잘못된 게 많아서 놀랐어요.

▲전영선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게임을 공부로 이어갈 수 있을지 연구했어요. 이를테면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terran’이라는 단어가 ‘지구인’이라는 뜻이라는 걸 다 알거든요. ‘terra-’는 ‘지구’와 가까운 ‘흙’이라는 의미가 담긴 어원이잖아요. 이런 뜻의 어원을 가진 단어를 묶어서 가르치는 것이죠.

▲김문영 사실 이책은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들은 봐도 소용이 없어요. 그런데 요즘 중ㆍ고등학생 중 남학생은 90% 이상, 여학생은 60% 이상 스타크래프트를 할 줄 안다고 해요. 책을 절반쯤 만든 뒤에 아이들한테 보여줬더니 굉장히 즐거워했어요.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늦게나마 영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여겨져서 뿌듯해지더군요.

▲장인배 사실 제목을‘끝장내기’라고붙였지만, 이 책만 보고 영어를 끝장낼 수 없다는 걸 우리들도 잘 알거든요. 그래서 또 다른 영어책을 만들려고 해요. 스타크래프트처럼 주변의 즐거움을 통해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을 펴내고 싶어요.

‘스타크래프트로 한판으로 영어 끝장내기’는 후미진 차고를 개조한 작업실에서 나왔다. 왼쪽부터 전영선 장인배 송주현 김문영씨.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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