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 조찬 자리에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를 넘을 것이라고 발언한 21일 오전.GDP 통계작성 기관인 한국은행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은의 공식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이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한은은 "이 수석의 발언이 나온 때는 아직 통계치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공식 집계와는 무관한추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에 나선 한은 관계자의 얼굴은 힘들여 감정을 억누르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공식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라 시장에서는 이 수석이 한은의 최종 통계치를 확인하고 발언한 것으로 받아들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발언은 20일 재정경제부의 고위간부가 외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이상의 성장률 전망수치를 제시해 한차례 말썽을 빚은 직후여서 더욱 한은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한은 관계자들은 "성장률 발표날짜까지 정확히 알고 있을 고위 경제관료들이 미리 성장률 수치를 발설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정보를 자랑하려는 것 아니냐"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GDP나 산업활동 동향등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공표기준(SDDS)을 따로 두고 집계와 발표과정을 엄격히 규정하는 통계들이다.
당국자들의 한마디 때문에 통계발표때마다 반복되는 잡음의 본질은 발표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섣부른 한 마디가 야기할 수 있는 시장혼란과 이로 인한 수많은 투자자들의 혼선과 정부 당국에 대한 신뢰하락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것이다.
장인철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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